한국일보

“이 동네 살기 괜찮나?”… ‘테스트 드라이브’ 필수

2025-07-31 (목) 12:00:00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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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밤·주말·주중’ 부지런히 주민과 대화로 분위기 파악

▶ 하룻밤 묵어보면 ‘민낯’ 보여

“이 동네 살기 괜찮나?”… ‘테스트 드라이브’ 필수

주말에 산책을 겸해 집을 살 동네를 걸어보면 운전과는 다른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로이터]

주택 구입 시 집보다 더 중요한 것이 동네다. 그래서 부동산 업계에서는 ‘입지, 입지, 입지’(Location, Location, Location)란 조언이 격언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지역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몇 가지 사전 점검을 통해 이사 후 밀려드는 후회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가족, 친지와의 거리, 직장이나 학교까지의 통근 시간, 그리고 동네 분위기 등이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살펴봐야 할 요소다. 또, 동네마다 ‘성격’이 제 각각이다. 맛집이 즐비한 동네, 공원이 많은 동네, 박물관, 공연, 전시가 끊이지 않는 동네…. 이처럼 주민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궁합’이 맞는 동네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자신과 맞는 동네를 찾으려면 무엇보다 발품을 파는 것이 중요하다.

■ 에이전트 가이드 삼아

특정 지역에서 오랜 경험이 있는 부동산 에이전트를 만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에이전트는 집을 보여줄 때 내부 구조뿐만 아니라, 주변의 지형, 상권, 눈에 잘 띄지 않는 요소들도 함께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주변 주차 여건, 편의 시설 도보 접근성, 인근 매물의 거래 현황 등 고객이 놓치기 쉬운 부분을 콕 집어 내야 유능한 에이전트다.


유능한 에이전트는 지역 주택 시장의 흐름, 같은 동네에서도 특정 주택이 비싼 이유, 심지어 매물의 단점까지도 숨기지 않고 설명해야 한다. 이처럼 현지 가이드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는 에이전트를 찾는 것이 내 집 마련의 첫 단계다.

■ 이 동네 어떤가요?...주민과 대화

진짜 동네 분위기를 가장 잘 아는 건 동네 주민들이다. 미래의 이웃이 될 지 모를 주민과 직접 대화해 보면 동네 실상을 잘 파악할 수 있다. 예비 주민으로서 새 이웃이 어떤 사람인지 미리 알아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웃들이 친근한 스타일인지, 아니면 조용하고 무뚝뚝한 성격인지에 따라 이사 후의 느끼게 될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다. 동네 상점이나 식당 종업원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네에서 오래 일한 직원은 오랜 시간 동네 사람들을 접해왔기 때문에 지역 분위기를 잘 아는 사람들이다.

반려견을 키우는 경우 동네 강아지 공원에 반드시 둘러봐야 한다. 애견인끼리는 쉽게 말이 통하기 때문에 가벼운 대화만으로도 진솔한 동네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여기서 얼마나 사셨나요?’, ‘이 동네 분위기는 어떤가요?’, ‘반려견 키우기에 적합한가요?’, ‘이사하려고 하는데 조언이 있나요?’ 등과 같은 질문을 통해 값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동네 살기 괜찮나?”… ‘테스트 드라이브’ 필수

하루 정도 묵으며 주민처럼 생활하는 것도 이사 갈 동네를 점검하는 좋은 방법이다. [로이터]


■ ‘낮밤·출퇴근’…다른 시간대 방문

시간대별로 동네를 방문하면 전혀 다른 느낌을 체험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직접 걸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도보를 통해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 충분한 폭인지, 노면은 평탄한지 등 보행 환경을 꼼꼼히 살펴본다. 이동중 스마트폰 연결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부 지역은 연결 상태가 좋지 않아 재택 근무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주말에 산책을 겸해 걸어보면서 동네의 디테일도 눈 여겨 본다. 나무가 늘어선 거리인지, 그래피티가 있는 골목인지, 상점 분위기가 활기찬지, 문을 닫은 상점이 많은지 등 차를 타고 방문할 때 놓치기 쉬운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출퇴근 시간대 방문도 추천된다. 차량 정체가 심하거나 경적 소리가 잦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동네다.

■ 브런치 즐기며 주민 성향 파악


동네에 어떤 식당들이 있는지 살펴보면 주민 성향을 알 수 있다. 특히, 주말 오전 야외 테이블이 있는 식당에서 브런치를 즐기며 오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행인들의 옷차림을 통해서도 미래 이웃이 어떤 스타일인지 확인된다. 패션스타일이 세련되고 감각적인가? 아니면 수수하고 실용적인가? 와 같은 옷차림은 동네 주민의 문화적 코드를 반영한다.

저녁 식사 시간대도 주목해야 한다. 동네 식당들이 늦은 밤까지 운영되는지, 아니면 밤 9시면 문을 닫는지 여부도 주민들의 생활 패턴을 보여주는 지표다. 식당의 평균 가격대 역시 중요하다. 고급 레스토랑이 많은지, 캐주얼한 식당이 많은지에 따라 동네의 경제 수준이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 하룻밤 묵어보기…동네 ‘민낯’ 볼 기회

숙박 공유 플랫폼을 통해 하루 또는 며칠 묵어보는 것은 매우 유용한 동네 점검 방법이다. 며칠간 머물며 동네 주민들의 생활 패턴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다. 적어도 하룻밤을 지내면 낮 시간 방문으로는 보이지 않는 모습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주민들이 밤 늦은 시간까지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는지, 새벽마다 쓰레기 수거차 소음이 나는지, 밤 12시 이후에도 상가 조명이 환하게 비치는지, 밤낮 주차 상황은 어떤지 등을 체감할 수 있다. 처음 방문 시 받은 좋은 느낌만으로 주택 구입을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사 뒤 실제로 경험하게 될 소음, 교통, 학군 등 현실적인 요소들을 구입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실제로 출퇴근해보기

출퇴근 시간대를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도상 거리나 네비게이션 예상 시간만으로는 통근 스트레스를 측정하기 힘들다. 직장이나 학교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교통수단이 효율적인지, 대중 교통 노선의 이용도는 어떤지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만약 기존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면, 일상 생활에 큰 변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출근 시간이 짧아진다면 장점이 될 수 있다.

■ 소셜미디어 엿보기

소셜미디어를 들여다보면 동네 분위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제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지역 기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팔로우하면, 동네의 성격과 문화가 여과없이 드러난다. 주민들이 어떤 가치를 중시하고, 어떤 생활을 즐기는지를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잘 맞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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