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테러 불감증도, 과잉대응도 말아야

2015-11-20 (금) 09:3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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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테러 발생 후 한 주가 지났지만 전 세계는 아직 충격과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가로운 주말의 콘서트홀과 축구경기장, 카페와 레스토랑 등에서 무고한 민간인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한 이번 테러는 “언제,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는 불안이 현실임을 보여주었다.

극단적인 무장집단 이슬람공화국(IS)의 잔악한 행위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IS 근거지를 타깃한 보복 공습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미국·프랑스·러시아 등 국제사회가 단합한 격퇴작전은 계속될 것이다. 군경을 동원한 각국의 경계태세도 한층 강화되었다.

전 세계의 안보위협으로 떠오른 IS를 ‘봉쇄’가 아닌, ‘격퇴’로 척결해야 한다는 합의는 국제사회에서도, 미국내에서도 이루어졌다. 그러나 함께 싸우는 서방과 중동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지의 공습도, 국가안보와 사생활 자유가 민감하게 부딪치는 국내 시큐리티 강화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강력한 대응과 민심 안정을 위해선 지도자들의 냉정한 성찰과 진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IS의 파워에서 잠재적 테러리스트 감시에 이르기까지 정보당국의 첩보내용을 과소평가도, 과대평가도 하지 않는 균형 잡힌 대응이 가능해진다.


다음 테러 목표로 IS가 공공연하게 위협하는 워싱턴 및 뉴욕은 물론 LA 등 미국의 대도시도 초비상 경계상태에 들어갔다. 지역의 경계 강화는 보통사람들의 일상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줄 것이다. 곳곳의 검문검색도 강화될 것이고 항공기의 이착륙 지연과 회항도 잦아질 것이다. 죽음의 전쟁을 피해 온 절박한 난민들에게 앞장 서 등 돌리는 정치인들이 이민사회 전체를 불편케 하는 일도 계속될 것이다. 무슬림에 대한 반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아시아인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에 대한 혐오증이 공공연하게 표출되면서 반이민정서가 확산될 수도 있다.

테러와의 전쟁은 국가에서 개인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협조를 필요로 하는 글로벌 과제다. 시큐리티 강화를 사사건건 불평하는 안전 불감증도 곤란하지만 무고한 희생양을 만드는 편견과 적개심에 의한 과잉대응은 더욱 위험하다. 이민의 일원으로서 미주한인사회도 무슬림사회가 증오나 차별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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