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ISDS 중재’ 요구 미투자사 창립자들 쿠팡 사외이사와 김범석 동문이었다

2026-01-24 (토) 12:00:00 문재연·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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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친급’ 특수 관계… 대리 소송 의혹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차별적 대우를 바로잡아 달라고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를 요구한 투자사인 그린오크스의 창립자가 쿠팡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한편, 보수위원회 의장도 역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투자사인 알티미터의 창립자는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과 하버드 비즈니스스쿨(HBS) 동문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두 투자사의 ISDS 제기가 쿠팡과의 사전 조율 없이는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이 투자사들을 통해 대리 소송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23일 쿠팡이 지난해 6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위임안내서(Proxy Statement)'와 결과보고에 따르면, 닐 메타 그린오크스 창업자이자 매니지 디렉터는 쿠팡 상장 전부터 10년 넘게 이사회의 수석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쿠팡의 최장수 이사회 임원이다. 쿠팡 임원들의 급여와 성과급 체계, 고용 조건 등을 감독하는 보수위원회 의장도 역임했었다.


쿠팡 “미 투자사 조사 요청 사실 몰랐고, 관여한 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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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오크스는 금융업계에서 쿠팡의 ‘구원 투수’로 유명하다. 2018년 상반기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추가 투자가 미뤄지자, 쿠팡이 조건부지분전환계약(convertible note) 형태로 6억 달러 규모의 ‘브리지 라운드(스타트업 회사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존 투자자 등으로부터 받는 투자)’를 진행했다.

이때 5억 달러를 단독으로 제공한 게 그린오크스였다. 메타는 과거 미국 매체인 콜로서스와 인터뷰에서 “김 의장을 일찍 만난 건 행운”이라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콜로서스는 “쿠팡의 브리지 라운드 8번 중 그린오크스가 5번이나 구원투수로 나서 지난 10년간 10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알티미터의 브래드 거스트너 회장은 김 의장과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동문으로 얽혀 있다. 2021년 블룸버그통신은 “거스트너는 김 의장과 거의 같은 시기 비즈니스스쿨을 다니다가 중퇴했다”며 초기부터 하버드 동문들과 쿠팡에 투자한 정황을 소개했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두 투자사가 쿠팡을 대신해 ISDS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쿠팡의 매출 중 90%가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쿠팡이 직접 ISDS 중재를 요청하기엔 부담이 크다. 더욱이 쿠팡의 투자사가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에는 ‘미국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도 살릴 수 있다. 미국 매체인 액시오스는 “미국 벤처캐피털이 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그린오크스, 알티미터와 쿠팡의 인연을 주목했다.

다만 메타는 이번 ISDS 제기와 관련해 액시오스에 “독립적으로 중재의향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본보 문의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쿠팡 측은 “그린오크스 창립자가 쿠팡 사외이사인 것은 맞지만, (쿠팡은) 조사 요청 사실을 사전에 몰랐고 관여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문재연·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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