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2세들 ‘족쇄’ 국적법 신속 개정해야

2026-01-1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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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선천적 복수국적법이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과 행정적 절차 문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법 규정 자체의 불합리함에 더해, 국적이탈이라는 최소한의 선택권을 행사하는 데조차 최대 2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는 현실은 명백한 행정 실패이자 재외국민 권익 침해다.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대한 국적이탈 절차는 법정 기한을 지켜 신청하더라도 평균 18개월, 길게는 2년까지 걸리고 있다고 한다. 과거 6개월에서 1년 이내에 처리되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행정 역량이 후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는 사이 당사자들은 군 복무, 진로, 학업, 취업 등 삶의 핵심 영역에서 불안과 제약을 떠안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행정처리 지연에 그치지 않는다. 국적이탈 이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가족관계 등록 절차는 해외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한인 2세들에게 사실상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한국에 혼인신고나 출생신고를 할 이유가 없었던 재외동포 가정에 수십 종의 서류 제출과 복잡한 선행 절차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제도의 출발점 자체에 있다. 지난 2005년 이른바 ‘원정출산’ 외국 국적자들의 병역기피 방지를 명분으로 도입된 이른바 ‘홍준표법’은 해외 출생 한인 2세들에게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선천적 복수국적이라는 굴레를 씌웠다. 이로 인해 다수의 한인 2세들은 자신이 복수국적자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 법적 족쇄를 뒤늦게 인식하고 있다.

그동안 헌법불합치 결정과 계속되는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한국 정치권은 ‘국민 정서’와 ‘병역 형평성’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근본적인 법 개정을 미뤄왔다. 이제는 땜질식 개선을 넘어 근본적인 해법을 논의하고 시행에 옮겨야 한다.

국적 자동상실제 도입과 같은 국적법 전면 개정이 필요함은 그동안 재외 한인사회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바다. 해외 출생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 일정 요건 하에 한국 국적이 자동으로 정리되도록 함으로써,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이 불이익과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 국회는 20년간 이어져 온 낡은 국적법의 모순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과감한 개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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