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리아사태, 그 러시아 버전은…

2015-10-05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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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세철 / 논설위원

‘허를 찔렸다(Caught off guard)’-. 훗날 오바마 대통령, 특히 그의 해외정책을 말할 때 이 세 글자로 기억되는 건 아닐까. 피스칼 타임스의 지적이었던가.

일찍이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회교 수니파 극렬 무장집단 이슬람국가(IS)가 급부상하자 미 언론은 일제히 ‘오바마 행정부 허를 찔리다’란 논평을 실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했을 때도 그랬다. 또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시설을 확충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 표현이 또 등장했다. 푸틴의 러시아가 시리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선언과 함께 미국이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거점을 폭격하자 월 스트리트 저널이 ‘허를 찔렸다’는 지적을 하고 나선 것이다.


꽤나 으스대는 모습이다. 러시아정교회는 성전(聖戰)으로 비유했다. 그 전격적인 군사개입은 전략의 그랜드 마스터다운 작품이란 소리도 들려온다. 동시에 전 세계의 스폿 라이트가 또 다시 그의 한 몸에 집중됐다. 러시아의 푸틴이다.

그의 말을 듣노라면 러시아는 테러와의 전쟁, 그 새로운 글로벌한 전쟁의 리더라도 된 것 같다. 이와 대조되는 게 오바마의 모습이다. 허둥지둥 갈피를 못 잡는다고 할까.

푸틴의 시리아 내전 개입은 그러면 말 그대로 노련한 대전략가의 신(神)의 한 수인가.

주요 지정학적 게임에서 푸틴은 또 다시 ‘주요 선수’로 등장했다. 그런 면에서 전술적으로 일단 점수를 딴 건 사실이다. 게다가 근육을 과시해 주목을 끄는 게 목적이었다면 이미 성공을 거두었다. 브레즈네프 이후, 그러니까 1979년 구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후 최초로 러시아 영토 밖에서 공습을 감행한 지도자로 푸틴은 기억될 테니까.

장기적 관점에서, 그리고 전략이란 측면에 볼 때 전망은 달라진다. 영광은 잠깐. 그와 반대의 상황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다수 관측통들의 예상이다.

우선 간단한 숫자놀음부터 살펴보자. 러시아의 GDP는 2014년 현재 1조8600여억 달러로, 캘리포니아 주 경제(2조3120여억 달러)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 경제의 8분의 1정도다. 거기다가 인구도 훨씬 적다. 그 러시아가 미국을 상대로 계속 정면승부를 걸어오고 있다. 그 도전 자체가 애당초 승산이 없는 무리수인 것이다.

러시아의 영광을 위해, 오직 허상뿐인 러시아의 영광을 위해 매진한다. 그것이 세 번째 대통령 임기를 맞은 푸틴의 주 정책이다. 그 무대가 우크라이나고 또 시리아다. 그런데 영광의 재현, 거기에 뒤 따르는 것은 군비확장이다.


서방의 제재, 원유가 하락으로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엉망이다. 그런 마당에 러시아의 군사비는 GDP의 20%선에 이르고 있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경제적 파탄이다. 레이건 시절 미국을 상대로 무제한 군비경쟁을 벌였던 소련이 붕괴된 것 같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더 엄혹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리아개입 실패와 함께 푸틴의 정치적 운이 다할 수도 있다는 거다.

자국민을 상대로 화학무기 사용도 서슴지 않는 극악한 독재자. 그럼으로 해서 시리아를 4년 반 이상 내전으로 몰아넣고 또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사태를 유발한 바샤르 알-아사드 에게 베팅을 했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시리아국민의 80%가 수니파다. 전체 회교권 인구의 절대다수가 수니파다. 알-아사드와 그 추종세력은 수니파와 적대관계에 있는 시아파의 한 작은 분파인 알라위파다. 그 알-아사드를 지원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전 세계의 수니파를 적으로 돌린다는 이야기와 다를 게 없다. 때문에 예상되는 것은 러시아를 타깃으로 한 전 세계적인 지하드다.

거의 무제한의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주둔 지상군이 병력이 10여만을 훨씬 웃돌았다. 그런 미국이 결국 수니파 세력의 격렬한 저항에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군사적으로 2등 국가인 러시아가 그 수니와 시아파 내전에 개입해온 것이다. 그 진정한 목적은 무엇일까.

지속적인 권력 장악이 푸틴의 최대 목표다. 시리아도 그 목표에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지의 지적이다.

크림반도병합으로 푸틴의 인기는 하늘 높이 치솟았다. 러시아의 영광을 재현시켰다는 일종의 도취감이 팽배해 있었던 것. 그 약발, 우크라이나 스펙타클이 점차 시들해져가고 있다.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경제 형편과 함께.

뭔가 또 다른 대 스펙타클의 ‘국민 연속극’이 필요하다. 그 무대로 선정된 게 시리아다. 그 연속극에서 알-아사드는 야만적인 지하드세력의 도전에 홀로 분전하는 영웅이다. 서방은 그 지하드 세력을 돕는 악당. 그 상황에 수퍼 맨이 등장한다. 푸틴이다. 이것이 러시아 버전의 시리아사태라는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이다.

푸틴 러시아의 시리아내전 개입- “이는 더 참혹한 유혈사태를, 그리고 더 심각한 난민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벌써부터 나오는 전망이다.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공습을 통해 잔학성에 있어 시리아 정부군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게 러시아군이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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