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왜 ‘개독교’인가?

2008-06-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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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숙(고려연합감리교회 목사)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계기로 벌어지고 있는 한국사회의 혼란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사태를 ‘직접민주주의’ 혹은 ‘시민민주주의’의 출현이라는 말로 찬양 고무하는 목사들도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군중이 소요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라를 경영할 수는 없다. 군중은 선동에 약하고 군중심리는 파괴적으로 흐르기 쉽다. 만약 정부가 혼란을 평정할 힘이 없다면 그 정부는 전복당할 수밖에 없고, 강력한 힘을 지닌 독재정부를 필요로 하게 된다.혼란을 잠재울 힘이 없는 나라가 걱정스럽다. 결국은 무서운 독재체제를 불러오게 되지는 않을지 두렵다.


도대체 무엇이 한국사회를 반복되는 시위로 몰아넣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국가 전체의 이익보다는 자기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는 이기주의, 같은 일도 남이 하면 안되고 내가 해야만 한다는 옹졸함, 그에 더하여 자신들의 불만을 시위로 해결하려는 한국사회의 전통에 근본적인 잘못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전통이 그러하니, 어려서부터 배운 것이 그러
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를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을 찾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나는 목사로서, 많은 원인들 중에서 한국의 기독교회와 한국사회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촛불 집회를 하면서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들고 나온 팻말에 쓰여있는 말들 중에서 유난히 시선을 끄는 말이 있었다. ‘개독교’라는 말이다. 저들을 ‘좌 빨’이라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어쩌다 한국 교회가 저런 말까지 듣게 되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
한국 교회가 언제부턴가 한국사회의 귀족층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특히 대형 교회들이 그러하다. 대형 교회의 교인이 되는 것을 ‘명문 사대부 가문’의 가족구성원이 되는 것 쯤으로 여기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나라가 가난하던 시절, 나라를 잃고 식민지가 되었던 시절, 한국 교회는 우리민족의 등불이었고 희망이었다. 그 시절의 미국 유학생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모여서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토론하고, 기도하고, 활동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국 젊은이들은 풍요한 나라에서 유학온 사람들 답게 미국생활을 즐기는 일과 미국을 다녀가는 특권층으로서의 사귐을 가지는 일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한국에도 부자가 많아지고 상류계층이 생기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사회를 위해서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한국의 상류사회를 형성하는 일에 교회가 중심에 서있는 것은 문제이다. 귀족층에 진입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기독교에 대하여 반감을 가지는 것이 당연해지고, 교회는 사회를 향해서 할 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집도 없고 가난하고,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있는데 교회가 저들에 대한 관심은 접어두고 자기들만의 특권계층을 형성하는 일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잘못이다.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이삭의 후예를 자처하면서 하나님의 선택과 축복을 독차지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심지어 “예수님은 생명의 주인이며 물질의 자본주다”라는 광고판까지 내걸고 있다. 예수 믿으면 건강하고, 오래 살고, 부자가 되고, 성공하고 출세한다는 말이다.

과연 이러한 한국 교회의 신학이 옳은 것인가? 하나님은 부자들만의 하나님인가? 하나님은 특권층만의 하나님인가? 하나님은 고통받는 자들을 미워하시는가? 하나님은 천대받고 멸시받는 사람들을 저주하시는가? 하나님은 이삭의 하나님만 되시는가?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아닌가? 하나님은 유대인만의 하나님인가? 이방인의 하나님은 아닌가? 부유하고 건강하고 많이 배우고 명성을 얻은 사람들만 하나님의 인정을 받는가? 소위 성공한 인생만 의미가 있는 것인가?

아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만이 아니라 하갈도 기억하셨다. 하나님은 십자가에서 죽으신 나사렛 예수를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상 앞에 나타나는 사람들은(교회는) 스스로를 특권층으로 인식할 수 없고 또 그렇게 인식해서는 안된다.교회가 잘못된 신학으로 착각에 빠져있으면 쓰레기로 취급받는 것이 당연하다. 소금이 맛을 잃어버리면 쓰레기가 된다.

희랍정교회의 타락이 러시아를 공산국가 소련으로 만들었다. 교회가 타락하면 세상은 구원받을 길이 없다. 세상을 구원하기 위하여 교회를 부르신 하나님의 뜻을 저버린다면 심판을 면할 수 없다.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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