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기선교의 진정한 의미

2008-06-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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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회계사)

이제 여름이 오고 방학철, 휴가철이 오면서 각 교회에서는 단기선교로 분주해지는 시간이다.하나님의 사랑과 사건, 물질 등을 전하며 나누고, 오지 깊은 곳까지 찾아가 포옹하는 것. 신실한 이들의 가슴 깊은 곳의 사랑을 의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칫 인간적인 부족과 실수로 그 본의를 다치는 경우도 본다. 심지어 단기선교는 선교가 아니라고까지도 한다.

먼 길을 지나 먼 곳의 형제, 자매를 만나는 것, 그 방문의 가장 귀한 것은 방문 그 자체일 것이다. 만남 속에서 서로 힘을 얻고 하나님의 사랑과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일 것이다.선교지가 전도하기에 좋은 점은 그 곳에는 아직은 왜곡된 예수, 성도, 교회, 목자 등이 없어서일 것이다. 기독교에 관한 많은 부정적인 요소들이 아직은 힘을 쓰고 있지 않기에 진실되게 행하고, 온전히 전하면 많은 이들을 하나님 안으로 오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방문자들이 그 곳을 오염시킬 수는 없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선교지라는 곳에서 자신을 보이려 하고, 자신이 속한 교회, 단체를 드러내려 하고, 지교회를 세우고 그 명칭도 그 곳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한국말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선교의 본질이 깨지기 쉽다. 전하는 자는 주는 자가 되고, 받는 자는 하나님 안에서의 형제가 아니라 구걸해야 하는 불쌍한 자가 되고 말 것이다. 그 관계 속에서는 사랑이 존재하기 힘들다. 오직 자기 자랑과 이로 인한 주는 자의 값싼 만족과 처음에 감사로 시작한 마음도 결국에는 구걸하는 자가 되어버려 마른 가슴, 심지어는 시기와 미움만이 남겨질 수 있다.

자녀들을 선교지에 보내고 같이 가는 이유 중의 하나는 자녀들의 교육과 전도를 위한다는 명분도 있다. 맞는 말이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선교라는 이름의 방문, 그 사역의 주제는 방문하는 자도, 그 자녀들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 주체는 하나님이고 그 다음은 그 곳에 살고있는 형제들인 것이다. 결코 그들은 방문자 자신이나 그 자녀들의 교육의 도 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방문자들이 보여주어야 할 것은 하나님 자신이 스스로 보여준 겸손과 낮아짐, 희생일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그 형제들을 이용해서는 안된다. 그럴 때 하나님은 모든 이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 가르쳐주실 것이다.그리고, 가능한 한 온 선교일정 모두를 하나님에 바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분에 넘치는 샤핑이나 일정 후 스스로의 위로를 위한 과분한 자축연 등은 삼가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자칫 스스로의 위로나 자화자찬은 자신이나 어린 자녀들이 이미 받은, 그리고 가슴 속에 새겨진 하나님의 은혜를 변질시키거나 스스로 버리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위로받은 이들에게 하나님은 더 이상 줄 것이 없을 것이다.

종종 가난한 지역으로 선교 방문을 하여 그들보다 많이 누리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님 은혜로 감사하고 또 그 감사함을 가르치려는 이도 있다. 그러나 정작 다행인 것은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먼저 예수를 만난 것일 것이다. 그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 수도 있지만 그 곳 형제들에게는 미안한 것이고, 그래서 전하는 것이다. 그것은 거저 받은 것이고 결코 그로 인해 우월해질 수도, 자랑할 수도 없다.
그리고 또 기억해야 할 것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하고, 적절할 때에 물러나야 하는 것이다. 세상적인 통제, 도움의 손길, 그런 것들이 어느 순간에는 필요없게 될 시간이 있다. 그 때에는 겸손히 도움의 손길이 아닌 동역의 손길을 잡아야 한다. 그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상석이 아닌 말석에 앉아 그들을 잔치상에 초대해야 할 것이다.
선교를 떠난다는 것은 하나님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두가 도구의 역할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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