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들소들의 행렬

2008-06-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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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수필가)

우연히 한 영화 장면에서 들소들의 행렬을 보았다.
들소들은 좌우 양 옆을 보지 않고 선두를 달리는 소들의 행렬에 따라 신나게 달려간다. 그런데 선두를 달리는 들소들은 교묘하게 어떤 장애물인 바위, 나무, 물가나 강가를 잘도 피해서 가지만 자칫 잘못하면 무작정 앞 소의 뒤를 쫓다가는 낭패를 맞기 십상이다.

마침 내가 보았던 영화 장면에는 들소들이 정천 벼랑 끝을 그대로 추락하는 장면으로, 우리나라 쇠고기 수입 금지 데모꾼과 겹쳐지는 것은 웬일일까? 그렇다. 요사이 한국에는 광우병을 염려하여 쇠고기 수입 금지와 그에 따라 곳곳에서 데모에 무슨 연중행사처럼 촛불데모까지 하는 모습이 들소들의 행렬과 무엇이 다를까 싶었다.


그러는 우리나라 한우는 우리가 바라는 정밀검사에 어느 곳,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까지 생길 정도로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소의 근량을 올리기 위해 소에게 물을 먹이거나 이상한 첨가물에 홀몬주사까지 놓는다는 것은 광우병과 아무 상관이 없을까 하는 의문이다.그리고 어쩌다 한국을 방문하면 이건 중국산이라 나쁘고, 이건 한국산으로 맛이 좋다고 엄청나게 비싼 가격을 치르는 것으로 국민의 자존심을 높이는지 모르나 중국산도 그들 나라의 토양에 맞는 상품으로 비록 실하지는 않아도 값도 저렴한 자연산으로 서민생활에 부담이 없고 영양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은 사실이다.

보세 물건 또한 그렇다. 집안에 보세공장을 운영하므로 그 내막을 알고 있지만 ‘메이드 인’이라 하는 것은 실에서 단추, 바늘까지 본사에서 몽땅 보내주고, 다만 어느 지정 나라에 인건비만 적게 들기 위해 의뢰했다는 양심 표시인데 사람들은 같은 상품인데도 메이드 인 중국, 또는 다른 뭐가 붙으면 무조건 불량품에 싼 물건으로 취급했다.

그렇다면 한우든 농산물이든 아프가니스탄 같이 외제 물건을 타파하고 자기 스스로 자업자득하며 살겠다고 전쟁을 하지 않는 이상 일본이든 중국이든 어차피 자신의 나라에서 부족한 것을 대치하며 서로 상부상조하는 지금의 현 시대에는 애써 한 가지 물건만을 배척하겠다는 행위는 오히려 국민의 혼란을 계기로 어떤 음모가 깔려있지 않는가 생각하게 한다. 아니 그보다는 우리 스스로 깨어나 어떤 군중심에 휘말리는 어리석은 만행은 자제하여야 할 시기가 아닐까.

이제 누구에 의해, 남을 탓하는 시대는 지난 국민 스스로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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