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설 자리가 좁아지는 불법체류자

2008-06-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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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

사건에 연루되어 형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체류 신분을 따지는 일은 없었다. 체류 신분에 관한 일은 전적으로 연방법에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건을 입건한 경찰이나 검찰 또는 법원이 피의자의 체류신분을 확인하지도 않거니와 설사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민국에 이를 통고하는 일은 없다.

그러나 형사사건으로 입건된 사람이 판사의 보석금 명령을 받아서 이를 지불하지 못해 형무소에 구금되어 있는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으면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이민국의 불법체류자 단속 방법이 점차로 확대되고 있어서 이제는 형무소의 재소자 신분까지 체크하고 있어서 보석금 문제로 형무소에 갇혀있는 사람이 불법체류 신분이면 이민국이 대개 24시간이 지나면 이 사실을 확인하고 이 사람의 신병을 인수하겠다는 통고를 법원에 보내게 된다. 이 통고를 Immigration Holding 이라 부른다. 법원이 이 통고를 받으면 사건의 재판과는 관계 없이 재판이 끝나는대로 이민국에 신병을 인계하게 되고 이민국은 이 때부터 별도의 추방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이와같이 여태까지는 형무소에 갇혀있는 동안에 그 신분이 이민국에 알려진다고 알려져 왔으나 최근에는 형무소에 들어가기도 훨씬 전에 경찰에 체포되어 이튿날 법원에 사건이 입건되는 동안에 벌써 이민국이 피의자의 신분을 확인하고 입건재판에 이런 신병 인수 통지를 보내오는 일이 생기고 있어서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며칠 전 플러싱의 한 한인 이발관에서 불법 마사지 일을 하다가 여자 다섯을 포함하여 남자 이발사까지 여섯 명이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체포된 다음 날 아침에 법원에 사건이 보내져서 입건재판(보석재판)을 받게 되었는데 이 때 벌써 이 중 두 사람에게는 불법체류 신분으로 인한 신병인수를 하겠다는 통지가 검찰서류에 첨부되어 있었다.

입건재판에서 이들 모두가 보석금 없이 석방되었고 정해진 다음 재판 날에 출석하면 되었으나 이민국의 홀딩 통지를 받은 두 사람은 법원이 석방할 수 없어 라이커스 형무소에 구금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고 본 재판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석방되지 못하고 신병을 인수하는 이민국의 처분에 맡겨지게 되는 것이다.

언제부터 이민국이 이런 발빠른 조치를 취하게 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번 사례로 미루어 보아 이제 이민국은 경찰에 체포되는 순간부터 피의자의 신분에 관한 데이터를 체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체류 신분이 합법적이지 못한 사람은 어떻게 해서라도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한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퀸즈 법원에 입건되는 한인들의 사건을 보면 놀랍게도 거의 과반수에 달하는 사람들이 서류미비자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것은 물론 퀸즈에 거주하는 한인들 중에 이렇게 많은 비율의 사람들이 불법체류자들이라서 그렇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다만 불법체류 신분인 사람들은 비교적 이곳에 정착한 지가 시간적으로 짧을 것이고, 미국 체제에 아직 잘 적응하지 못해서 경찰의 신세를 지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예를 들자면 음주운전으로 체포되는 사람들의 비율에서 한국인이 거의 최고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데 체포되는 많은 한국인들은 아직 미국에서 음주운전이 어떤 문제인가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고 한국에서처럼 벌금을 물고 운전면허를 어느 기간 정지당하면 그만이라는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인 듯 싶다.이곳에서는 음주운전이 형사범죄에 속하며 전과자로 기록된다는 엄청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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