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촛불시위

2008-06-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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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춘(Fairfield Trade 대표)

한국의 촛불 시위가 ‘촛불 문화’ ‘촛불 축제’로까지 불려진다. 경건한 의식이나 서정적인 분위기에 주로 사용되던 촛불이 작금의 한국에서는 선동 집회에 이용되어 그 본래의 이미지가 담겨있는 촛불은 꺼져가고 있다.

효선, 미선양 장갑차 사고 이후 한국은 촛불시위가 목하(目下) 성행하고 있다. 그들은 휴대용 촛불을 들고 성스러움과 경건한 모습으로 모임을 가장한다. 이젠 시위한다 하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와 한바탕 난리를 쳐야 그 시위가 인정을 받는가 보 다. 6.25 전쟁 당시 양초 한
토막이 없어서 해만 지면 깜깜한 밤을 등불 없이 지새던 때도 있었는데...
과거 군사정권시절 모든 시위는 최루탄으로 진압하였기에 방산업체 중 최대의 호황을 누린 사업은 최루탄 제조업자였다.


평화적 시위가 보장된 지금은 양초 제조업자가 재벌되는 날이 곧 오리라 생각된다. 세계 경제가 끝 모를 침체기에 접어들고 자원 고갈로 국제 석유가가 끝도 없이 치솟는 이 시대에 한국에서 소모되는 촛불 원료인 우지(牛脂), 양초 심지, 마분지도 수입 자재로 만들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한국인의 정치의식은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처럼 온 국민이 다 참여하여야 한다는 잘못 길들여진 민주주의 개념이 문제이다. 우리가 뽑아준 대의기관이 있고 그들을 통하여 우리의 의사를 전달할 길이 있는데도 직접 민주주의 의식을 표출하는데 무리수가 있다.

해외에서 한국의 촛불집회 뉴스를 보는 한인이라면 공감하리라 믿지만 이는 한 마디로 가관이다. 판단력과 분별력도 부족한 어린 학생들까지 끌어들여 도심 한복판에 천막을 쳐 놓고 마시며 춤추며 북치며 장구치는 광란의 파티(?)를 무어라 설명하여야 할까? 수도 한복판을 마비시
켜 놓고 현행 법질서를 파괴하는 집회가 과연 촛불문화 축제란 말인가? 소가 웃을 일이다.쇠고기 수입 협상의 미숙으로 한국인이 입을 피해를 예상하여 국민의 우려와 의견을 정부에 건의하였고 정부가 후속조치를 약속한 마당에도 밤낮으로 촛불을 켜들고 큰 일이라도 내야 직성이 풀릴 것같은 그들의 심성은 해외에서 지켜본 동포들을 불안케 한다.

과거 어느 주한미군은 이같은 한국인의 감성적 쏠림현상을 ‘들쥐’들의 근성으로 폄하하였던 발언을 귀담아 새겨보아야 하겠다. 그의 발언처럼 우리 한국 국민은 우매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중에 사과하였지만 귀에 거슬리는 충고도 때로는 약이 되는 법이다.나라가 국민(民)에 반(反)한 정책이 나올 때에 정부를 밀어내는 우리 건국 역사가 있다. 4.19혁명으로부터 부마사태, 광주사태까지 옳지 않은 정부에 다수의 군중이 시위로 사태를 전환시킨 민중의 힘을 잘 안다.

민주주의가 태동하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가 과거의 한국 시위를 따르고 있다. 시위와 폭력과 유혈사태와 검거의 바람이 공식처럼 따르는 악순환은 이제부터는 순기능으로 전환하여야 할 때이다. 엄청난 국민의 에너지를 이런 비합리적 행사로 국력을 소모하여야 하는가?
작금의 촛불시위는 한 말로 인터넷 선동과 부화뇌동과 각 개인의 욕구불만이 표현의 자유라는 그늘 뒤에서 군중심리에 휘말리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민주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를 누리려면 정해진 법 테두리 안에서 질서를 지키며 따질 일이다. 개인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된 미국에서도 경찰 저지선을 넘은 시위 위반자에게는 가차없이 원시적 완력으로 제압하는 미국 경찰의 법 집행 장면을 뉴스에서 본다. 한국인의 높은 지적 수준과 성숙한 민주의식으로 바람 앞의 촛불처럼 불안한 한국의 미래를 잘 헤쳐나가기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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