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옥에서 천국으로

2008-06-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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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유스 앤 패밀리 포커스 대표)

며칠 전 뉴욕주 싱싱교도소로 한 재소자를 면회하러 면회실에서 기다리는데 교도소 내 행사에서 만났던 한 스패니시 재소자가 반갑게 달려와 인사를 하며 내게 감동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며칠 전 내가 면회했던 다른 한인 재소자가 석사학위 졸업식에 최우수 졸업자 연설을 했단다.

그 연설 마지막 부분에 거기 참석한 자신의 부모와 형제에게 한국말로 소감을 이야기하는데 다른 한국인 재소자를 제외하고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말이었지만 그의 얼굴 표정과 목소리의 감정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었기에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을 울리고 급기야는 졸업식장이 눈물 바다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벅차오르는 회한에 찬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이 글을 쓰면 정녕 이 상황을 가슴으로 함께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쓰지 않을 수 없는 사명을 느낀다.이 재소자는 정말 앳되고 순박한 나이에 차분한 아름다움이 있는 얼굴을 가진 내 이웃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그런 아이였다. 그런 그가 17살 밖에 안된 나이에 한인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에 휘말려 형을 받고 9년을 살고 있었다.

부모님들의 정성어린 뒷바라지가 있어 내가 자주 갈 필요가 없어 많이 만나진 않았지만 다른 재소자들을 통해 항상 좋은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 대학을 이어 대학원 공부까지 하는 그를 만난 며칠 전의 면회 때는 부쩍 성숙해진 그의 내면과 타고난 온화하고 과묵하고 부드러운 성품과 태도를 보며 과연 내가 이런 재소자가 있다고 말을 하면 세상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전도사님이 착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렇게 착한 사람이 왜 교도소에 가요”라는 식상한 반응으로 인해 실망스러워하는 나의 모습을 볼 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내가 보고 감동받는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는데 어느 정도 포기를 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담 중에 지나친 마약복용으로 내 앞에서 눈동자가 획획 돌아가는 아이를 보는, 마약복용 후유증으로 나와 이야기 하면서도 깜빡 깜빡 기절 현상을 보이는 아이를 보는, 희죽희죽 웃다가 희귀하도록 험상궂은 표정으로 보이지 않는 것과 이야기하다 내 물음에 잠시 정신을 찾기도 하는 그런 아이들을 매일 보는... 이런 나의 삶의 현장은 결코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는 비극과 비참의 현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기적적으로 새로운 생명의 삶을 찾아가는 아이들을 보는 즐거움과 희열이 함께 공존해 있기에 나는 내 삶에 늘 감격하고 감사해 한다. 누구도 가기 싫어하는 끔찍한 교도소에서 가치있는 인생으로 변화되어 살아가는 감격과 감동을 누리는 사람들을 보는 것을 천국의 삶으로 비교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그러나 천국같이 넘치는 자유 속에 살면서도 지옥같은 삶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매일 보는 나는 감히 그렇게 말해보고 싶다. 어디에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우리의 엄숙한 질문이 되어야 하며, 어느 누구도 보이는 것으로 정죄하거나 판단하는 것은 죄이며 착한 사람 나쁜 사람을 가리는 것이 얼마나 미련한 것인가를 매일 나에게 가르쳐주는 나의 삶을 나는 오늘도 정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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