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세상사 인간만이 아우성이다

2008-06-07 (토)
크게 작게
김명욱(논설위원)

하늘도 땅도 그냥 그대로인 것 같다. 하늘이 태어난 건 얼마나 됐을까. 땅은? 하늘엔 수많은 별들이 있다. 은하계. 은하계 안에는 수천억 개의 태양 같은 별들이 있다. 그런 은하계가 또 수도 없이 된단다. 그러니 도대체 하늘은 얼마나 넓은 것이냐. 인간의 상상으로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그런 넓이와 깊이와 높이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디디고 있는 이 땅은. 이 땅이란 지구를 말한다. 지구는 태양의 자녀처럼 태양에 의존해 돌아가는 하나의 혹성에 불과하다. 혹성이란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존재다. 전적 의존의 상태에서 태양을 돌고 있는 이 지구는 다른 혹성이나 똑 같다. 1년 365일 주기로 태양을 한 바퀴 돈다. 사람들은 그 주기에 따라 한 살 더 먹는다고 한다. 지구는 또 다른 혹성을 지니고 있다. 지구의 자녀라 할까. 달이다. 달은 지구란 땅을 30일에 한 번꼴로 돈다. 그걸 한 달이라 한다. 달은 지구에 전적 의존된 상태다. 지구를 중심으로 달은 돌고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태양은 은하계를 중심해서 돈다. 돌고 돌아가는 게 하늘이자 우주다.


하늘과 땅은 그대로 돌고 있다. 아무 소리 없이 돌고 있다. 그냥 그대로. 수천 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아니 앞으로도 수 천 억년이 될 때까지 그냥 그대로 돌아갈 것이다. 수천 억년이란 추측에 불과할 뿐이다. 언제부터 언제까지라고 해야 할지 그 가늠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냥 소리
없이 돌고 있는 하늘과 땅이요 태양이다. 하늘과 땅은 그대로 소리 없이 잘 돌아가고 있는데 땅 안에, 지구 안에 생겨난 인간들.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몰라도 60억여 명이 이 땅위에 살아가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있는 자들은 있는 데로 아우성. 없는 자들은 없는 데로 아우성. 아우성이 온 땅을 덮고 있다. 하늘과 땅은 소리 없이 잘 돌아가고 있는데 인간만이 아우성이다.

하늘과 땅의 소리 없음은 소리 없음이 아니다. 이 땅 안에 있는 60억 여 명 인간들의 아우성 소리보다 더 큰 게 하늘과 땅의 돌아가는 소리다. 그런데 그 소리가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을 뿐이다. 그렇게 인간의 귀는 만들어져 있다. 인간이란 이 땅에서 큰 소리 들리지 않고 잘 살아가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 인간을 하늘과 땅 중 누가 만들었다 하드냐.
아기와 같은 지구가 엄마와 같은 태양에서 떨어져 나온 것은 약 45억년. 태양은 아기 지구를 떨쳐버리기 5억 년 전, 즉 지금으로부터 약 50억 년 전 은하계 안에 생성됐다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태양의 수명은 약 1백억에서 수백억 년까지로 본다. 지구의 수명은? 약 1백억 년으로 본다. 과학자들은 앞으로도 지구는 약 45억년은 더 살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 땅에 언제부터 태어났는가. 인류의 기원은 약 300만년으로 보고 있다. 인간의 수명은 90에서 100년이다. 인류의 수명은? 전적 태양과 지구사이 관계에 의존돼 있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되면 태양의 빛을 받지 못한 지구는 냉각돼 모두 얼어버리게 된다. 그 때가 인류의 종말이 된다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앞으로 300만년?
하늘도 땅도 그대로 돌아가고 있는데 인간들만은 아우성이다.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아우성이다. 서로 내 배만 불리면 된다고 아우성이다.

인간의 목을 타고 인간의 배 속으로 들어가는 다른 생명체들의 아우성이 인간들의 아우성을 만들어내는지도 모른다. 배부른 인간들은 더 배를 채우려 안달을 한다. 없는 인간들은 더 빼앗기지 않으려 발버둥 친다.아흔 아홉 마리 양을 가진 부자 나라가 가난한 나라 양 한 마리를 잡아먹으려 한다. 가난한 나라는 부자 나라에 양 한 마리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가슴에 안아 쓰다듬으며 온갖 힘을 다한다.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다. 소리 없이 내려다보고 있다. 이 땅, 이 지구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간세상의 모든 것들이 샅샅이 하늘에 내보여지고 있음을 인간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길가에 피어나는 이름 없는 들풀. 씨를 뿌리지도 키우지도 않는다. 가녀린 가지를 곧게 세워 꽃을 피우며 웃고 있다. 들풀들. 이름 없이 태어난 것도 원망하지 않는다. 태어나 있음에, 꽃을 피우고 길가는 인간들을 기쁘게 해준다. 지구가 태양이 우주가 어떻게 돌아가든 또 인간의 아우성소리 전혀 상관치 않는다. 생명이 그 안에 피고 지고 있음에야. 그 생명 안 순간 속에 영원이 함께하고 있음에야. 하늘도 땅도 그냥 그대로인 것 같다. 태양도 지구도 달도 그냥 그대로인 것 같다. 오늘도 내일도 그냥 그대로일 것 같다. 허나, 세상사 인간만이 아우성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