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문’이라는 병

2008-06-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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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석(뉴욕그리스도의교회)

소문이란 바람처럼 불어오는 것, 전염병처럼 번져가는 것, 눈덩이, 솜사탕처럼 부풀려지는 것, 끝내는 나도 그 소문에 휘둘려 돌아가는 것으로 소문에는 좋은 소문도 있고 나쁜 소문도 있다.

좋은 소문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만 나쁜 소문은 사회를 황폐케 하고 갈등을 야기시킨다. 그래서 소문 때문에 망하기도 하고 소문 때문에 흥하기도 한다. 그런데 참으로 묘한 것은 좋은 소문보다는 나쁜 소문이 훨씬 더 빨리, 그리고 멀리 전해진다는 사실이다.소문의 ‘소(所)’는 지게문 호와 도끼 근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문(聞)’은 대 문에 귀를 대
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니까 도끼로 문을 부수고 있는 곳에 귀를 대고 듣는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소문은 어떤 근거를 가지고 있으나 소문을 내는 사람의 의도와 목적이 가미되어 떠돌게 된다. 그 의도와 목적이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상대를 모략하기 위한 것이라면 늘 소문은 ‘헛소문’, 루머, 마타도어, 유언비어, 흑색선전 등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헛소문은 진실성 여부와는 관계 없이 당사자가 변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사실처럼 퍼져나가 사람의 마음을 흉흉하게 만들고 공동체의 단결력을 모래알처럼 흩어버린다. 멀쩡한 기업이 하루아침에 악성루머 때문에 자금난으로 쓰러지고, 건강한 가정이 파괴되고, 행복한 교회공동체가 술렁이게 된다. 심하면 사람이나 조직에만 해악을 끼치는 게 아니라 나라까지 구렁텅이에 빠뜨려 버린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모든 악 가운데 가장 빠른 게 소문’이라고 말을 한다.

요즘같은 인터넷 시대에서는 소문이 퍼지는데 몇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순식간에 몇 천, 몇 만명의 사람들이 그 소문을 공유하게 된다. 심지어 진실성이 불분명한 주장이라도 뉴스의 내용과 출처의 신뢰성이 높으면 뉴스로서 설득력을 갖기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루머의 심리학’의 저자인 G. 올포트와 L. 포스트만은 루머에는 2가지의 일반법칙이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로는 ‘루머=유언비어의 발생량 + 사태의 중요성×정보의 애매성’이라는 법칙이다. 둘째는 이러한 루머의 전달과정에서 생기는 정보의 왜곡에 대하여 그는 평준화(정보가 짧게 요약되고 쉽게 되는 것을 말함), 강조(어떤 요소를 특히 가려 뽑아서 과장하는 경우), 동화(정보에 동화되는 것을 말함) 등의 3가지를 들고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고약한 인성의 사람들은 앞에선 비굴한 웃음으로 굽실거리다가 뒤돌아서 배신의 칼을 들이대며 자신의 부족을 세에 의지하여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이 정의의 사자인 양, 그럴듯한 헛소문을 퍼뜨린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퍼뜨린 소문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식으로 상대가 받아들이면 추한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헛소문의 발설자의 음흉한 목적은 성취되는 것이다.

소문의 당사자에게 우선 침묵이라는 처방을 권했다. 사태를 그냥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유명인사들 중에는 침묵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이어 거짓 소문, 혹은 소문의 눈사태를 불러올 수 있는 불확실한 허위 의혹 보도가 맞대응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를 결정할 때는 거짓 소문의 유포자, 소문의 진실성 등을 확인하라고 조언한다.성경은 악소문을 퍼뜨리는 자들을 향하여 ‘그들의 혀는 죽이는 살이라 거짓을 말하며 입으로
는 그 이웃에게 평화를 말하나 중심에는 해를 도모하는도다’(렘 9:8)라고 말했다.

헛소문은 생명력이 없기 때문에 전하지 않으면 곧 소멸되어 버린다. 성경은 말한다. “너는 허망한 풍설을 전파하지 말며 악인과 연합하여 모함하는 증인이 되지 말며(출23:1)” “피차에 비방하지 말라(약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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