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국을 위한 기도

2008-06-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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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순(수필가)

요즈음 국내외적으로 모두가 정치가들이 된 듯하다. 신문에 계속되는 기사들, 칼럼, 개인적 발언들까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식견들이 대단하다. 그것들을 읽느라고 나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러면서 소망한다. 부디 정치적인 철학과 윤리가 지배하는 조국, 민주화를 위해 흘렸던 수많은 영령들과 피들이 헛되지 않기를 빌어보는 것이다.

경제 대통령을 뽑으면 당장이라도 부자가 될 것같은 환상들이 참 무서웠었다. ‘진심이 빠진 사과는 모욕이고 기만행위다’라며 쇠고기 파동으로 뿌리채 흔들리고 있는 조국의 정국과 민심을 보면서 걱정이 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그만큼 크다고 했던가. 잘 살아보고자 ‘행여나’하며 희망을 걸었었는데 ‘아니다’싶은지 먹구름을 걷어버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 같기도 하고 미리 회초리를 들어 다가올 잘못들을 방지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맹자는 ‘항산(恒産)이 없으면 항심(恒心)이 없다’ 했다. 경제적 독립이 없으면 정신적 독립이 없고, 경제적 생활안정이 안되면 정신적 생활 안정이 안된다 했으니 국민이 경제적으로 잘 살면 좋을 것이다. 그런 정치를 잘 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정말 잘사는 게 무얼까.권력을 쥐면 자연히 재산이 따라오고 재산이 없으면 권력을 휘두르기 쉬워진다고 한다. 그래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쥐려하고,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일까. 그렇게 얻어진 불로소득을 좋은 일에 썼다면 지은 죄가 조금은 삭감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사람 욕심이 그게 아닌가 보다.

인간만이 부끄러움을 아는 존재라 한다. 짐승들은 결코 얼굴이 붉어지는 일이 없다. 양심에 그릇된 일을 하고 얼굴에 홍조를 띠는 것은 인간밖에 없다. 그 영광은 반성하는 자에게만 내려지는 별빛같은 영롱함이다. 그 빛은 남이 먼저 알아보게 되는데 그 빛이 보이지 않으니 국민들이 저리 소란을 피울 수밖에.정당한 노력으로 정당하게 얻어진 재물만이 축복받은 재물일 것이고, 떳떳하게 사는 길일 것이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지도자들이 대한민국에 많이 나오기를 기도해 본다.

1929년 4월 2일 인도의 시성 타골이 우리 민족을 위해 발표했던 격려의 송시 ‘동방의 등불’을 읊어보며 조국의 앞날을 위해 두 손을 모은다.
일찌기 황금시대에/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그 등불 다시 켜지는 날에/너는 세계의 밝은 빛이 되리라… 내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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