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혀의 두 얼굴

2008-06-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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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사람을 죽이는 세 가지 무서운 끝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칼 끝, 붓 끝, 그리고 세치 혀끝을 말함이다. 이 세 끝은 잘못 쓰면 크게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갈수록 이 세상은 이 세 끝을 잘못 놀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 시끄러워지고 복잡해지고 살기가 힘들어진다.

그 중에도 특히 요즈음은 말 때문에 곤욕을 치르거나 심지어는 쌓아올린 돈이나 명예를 잃거나 권좌에서 낙마하는 인물까지 없지 않다.
일반인의 경우, 이 혀끝으로 인해 수난을 당하는 일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정치인이나 유명한 스타 같은 사람들은 이 혀끝을 한번 잘못 놀릴 경우 세인으로부터 비난을 받으면서 인기가 순식간에 추락하거나 심한 경우 수입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퇴진해야 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혀 한번 잘못 놀려 말 한마디 한 실수 때문에 최근에도 홍역을 치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열심히 뛰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은 “대선을 앞두고 케네디도 암살되지 않았느냐?” 하는 말로 가뜩이나 예민한 경선정국에 불을 질러 파문을 일으켰으며, 또 섹시 인기스
타로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샤론 스톤의 경우 “중국의 지진은 티베트를 박해한데 대한 업보”라면 돌출발언을 해 중국국민들과 네티즌들로 부터 엄청난 질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힐러리의 지지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음은 물론, 샤론스톤의 영화수입에까지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말’은 해서 되는 것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말’ 하면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툭하면 혀끝을 잘못 놀려 임기 중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질타를 받으면서 곤욕을 치른 일들이 생각난다. 사람은 다 자신의 입장과 처지에 맞는 말을 골라 혀끝을 놀려야 하는데 노무현대통령의 경우 “대통령 못해 먹겠다” 등 하는 말마다 보면 대체로 마구잡이로 해 한 나라의 대표이자 국가의 원수로서의 위엄과 권위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듣는 국민의 입장이나 분위기를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덮어놓고 혀를 내둘러 국민들의 마음에 신뢰감을 심어주지 못해 일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말은 곧 인격이다. 그러므로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의 성품과 됨됨이를 알 수 있다.그래서 말은 골라서 아주 조심하게 해야 한다. 자칫 혀를 잘못 굴려 나간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래서 모름지기 사람은 혀를 잘 굴리되 말을 아끼고 입조심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말에 말을 줄이고 입조심을 하라는 속담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말조심에 관한 속담이 왜 그렇게 많을까? 말이 잘못 나오면 한 사람을 죽일 수도, 인생을 망칠 수도 있을 만큼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말에 대한 정의를 무섭게 내린 글이 있다.
‘생각을 조심하라, 왜냐하면 그것은 말이 되기 때문이다. 말을 조심하라, 왜냐하면 그것은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행동을 조심하라, 그것은 습관이 되기 때문이다. 습관을 조심하라, 그것은 인격이 되기 때문이다. 인격을 조심하라, 그것은 인생(운명)이 되기 때문이다’
성서에도 보면 혀를 조심하라, 입을 조심하라, 말을 조심하라는 내용이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 요한계시록 같은 거만 빼면 말에 대한 구절이 2000번은 넘게 나온다고 한다. 말을 잘못할 경우 허물을 면키 어려우나 그 입술을 제어하는 자는 지혜가 있다고 하였다. 말하자면 안하는 것도 지혜요, 잘 하는 것도 지혜라는 뜻이다. 또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는 것은 새기고 깊이 생각하고 해서 천천히 하라고 하였다.

이솝우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에게 고기 중에 제일 맛있는 부위를 사오라고 했더니 혀를 사오더라고 한다. 또 고기 중에 가장 맛없는 부위를 사오라고 했더니 혀를 사오더라는 것이다. 이는 같은 혀지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잘 쓸 경우 자신은 물론, 남을 좋게 해줄 수도 있고, 심지어는 생명을 살릴 수도 있지만, 잘못 쓰게 되면 자신이나 남을 파괴시키고 삶을 무너뜨릴 수도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혀를 잘 굴려야 한다는 말은 그래서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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