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연스러운 이미지

2008-06-0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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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현(Jin Image Consulting 대표)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제일 좋지 않나’하는 말을 자주 접한다. 가꾸고 관리하여 생긴 타인의 모습을 허위나 가식, 또는 가장의 굴레인 것처럼 말하면서 편한대로 습관대로 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것이라 미화한다.

사람들은 여러가지 특성을 지니고 있다. 내성적이지만 외향적인 면도 있고, 가정적이면서도 자유를 추구하기도 하고, 파란색을 좋아하지만 빨간색도 좋고, 얼큰한 김치찌개를 좋아하지만 때로는 우아한 와인도 즐기고… 이렇게 사람들은 모두 여러가지 특성을 지닌 복잡하고 미묘한 존재다. 그래서 역술가의 말을 들으면 유난히 귀가 얇은 사람이 아니라도 어쩌면 저렇게 맞는 얘기만 해줄까 싶다. 또 별자리나 혈액형으로 분류한 성격 분석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 설명이라도 사람에게 여러 성향이 있기에 그럴듯하게 들린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향이 있지만 오랜 기간 쌓인 지위나 업무로 인해 형성된 성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떨 때 나는 자연스러운가? 내성적으로 보일 때? 아니면 외향적으로 보일 때? 김치찌개를 먹을 때? 아니면 우아하게 와인을 마실 때? …?


본인만큼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스스로를 제대로 알고 있다고 자부하기란 쉽지 않다. “당신의 이미지는 어떻다고 생각하세요?”라고 질문을 하면 당황해 하며 망설이거나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선뜻 입을 열지 않는다. 반대로 “저의 이미지는 어때요?”라고 질문하면 여기저기 웅성거림이 들리며 망설임 없이 각양각색의 대답이 쉽게 나온다. 그만큼 우리는 살아오는 동안 우리의 시선을 자신보다는 타인에게, 주로 타인의 분석에 더 많이 초점을 맞춰 왔다.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꾸민 것처럼 치부해 버리거나, 다른 사람의 다듬어진 모습을 보며 가식적이거나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해석해버리곤 한다. 그러나 잘 다듬어진 모습은 사실 남모르게 연습되고 반복된 결과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것이다.

드러내 놓고 말은 하지 않아도 자신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안다. 그러나 말로 표현되는 것 이상으로 자신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또한 피하고 싶은 부분들도 있다. 잘못된 부분이나 단점은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기 위해 드는 시간과 노력은 피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다 보면 들키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문을 닫게 된다. 표현이 서툴면 부족함이 드러날까봐 아예 생략해 버린다. 달팽이 요리 먹는 법이 서툴면 프렌치 레스토랑을 피하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자연스럽다”라는 그 말에는 이미 능숙하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영어를 자연스럽게 말한다는 것은 영어 발음이나 억양, 표현이 능숙하여 꽤 괜찮은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결코 영어를 자기식 발음으로 마음대로 발음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표현하기 불편하다면 사실은 아직 개선되지 않은 상태이고 더 노력해야 하는 단계인 것이다.
자연스러워질 수 있도록…

자신에게 습관된 모습대로, 편한 표현대로 하는 것들에 “자연스럽다”는 말을 붙이는 것은 변화의 노력을 회피하는 괜한 미명일 뿐이다.
습관대로 편한대로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내내 준비 없이 있다가 갑자기 하려고 하면 스스로 불편하고 결과도 좋지 않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결국 “자연스럽다”함은 상대가 불쾌하거나 본인이 불편함이 없음을 의미한다.

내가 편한대로 표현하는 식의 자연스러움이 아닌, 많은 준비와 노력에 의해 나의 능숙함으로 인한 타인이 보고 느낀 편안함이 진짜 자연스러움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존재하는 것들에는 최대의 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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