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 목사의 증오 연설

2008-06-0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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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공화당의 대선후보 매케인 상원의원이 자기를 공식적으로 지지해준 존 헤이지 목사와의 결별을 선언하였다. 헤이지 목사는 영향력이 지대한 텔레비전 설교자이고 텍사스의 초대형 교회 목회자이다. 그의 지지를 얻어내려고 다른 공화당 후보들도 모두가 애쓴 거물이다. 그의 설교녹음 한 편이 공개되었는데 하나님이 유대인에게 이스라엘 땅을 찾아주기 위하여 아돌프 히틀러를 보내셨다는 내용이다. 헤이지 목사는 요한 계시록에 나오는 ‘큰 음녀’를 가톨릭교회를 가리킨다고 해석하기도 하고, 카트리나 태풍을 동성애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이라고 말하여 핀잔을 받은 일도 있다. 자기와 다른 종파를 공개적으로 나쁘게 말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다. 혹시 마음 속에 미움이 있어도 설교나 공개 강연을 통해 독기를 뿜어내선 안 된다.

민주당의 대선후보 오바마 상원의원도 20년 동안이나 교적을 두었던 자기 교회의 라이트 목사와 거리를 두면서 자기는 라이트 목사로부터 사상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선언하였다. 라이트 목사는 소위 ‘갓댐 아메리카’ 곧 미국을 저주하는 설교 언사로 많은 국민의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트 목사의 과격한 설교를 해방신학의 영향으로 풀이했는데, 해방신학은 억압받는 사람이 억압하는 세력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결코 억압자를 저주하지는 않는다. 저주나 증오는 예수의 사랑 정신에 완연히 위배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명문, 브라운 대학에서 학생 하나가 퇴학당하는 불상사가 있었다. 그는 교정에서 유대인과 흑인을 증오하는 일장 연설을 하였다. 이 때 대학측이 퇴학 이유로 사용한 ‘증오연설(hate speech)’이란 말이 유행하여 지금까지 인종차별성 발언을 ‘증오연설’이라 하고 인종차별에서 나온 범죄를 ‘증오범죄(hate crime)’라고 한다. 미국 속담에 이런 재치있는 표현이 있다. “심장에 나쁜 것 두 가지가 있는데 계단을 뛰어오르는 것(running up)과 남을 깎아내리는 것(running down)이다” 남을 깎아내리는 자는 거의 예외없이 스스로 가장 많은 결함을 가진 자이다.

남을 나쁘게 말하는 자는 대개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질투로 무장된 자이다. 남을 미워하는 사람은 사실은 자기 자신을 증오하고 있는 것이다. 불안하고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 남을 믿기는 매우 어렵다. “짖는 개는 약하다”는 일본 속담이 있는데 정말 자신있는 개는 많이 짖지 않는다. 자주 짖는 개는 몸집도 작고 대부분의 경우 꼬리를 내리고 도망치며 짖는다. 큰 소리를 지르고 히스테리성 행동을 하는 사람 중에는 안정감이 없고 자기 자신에 대한 신념이 없는 경우가 많다.

“미움은 다툼을 일으키고 사랑은 허물을 덮는다”(잠언 10:12) 구덩이를 파면 판자가 먼저 빠진다. 복수는 복수를 불러 피해가 확대되고 절대로 좋은 결과에 이르지 못한다. 봉건(封建)시대에는 복수를 미화하여 부모나 상전의 원수를 갚는 것이 자식과 신하의 덕목에 들어갔다. 4천년 전 함무라비 법전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아비를 때린 아들은 손가락을 잘라버린다’(195조) ‘눈을 멀게 한 자는 눈알을 빼버린다’(196조) ‘이빨을 부러뜨린 자는 이빨을 빼버린다’(200조) 이처럼 엄한 법을 만든 것은 미움이 미움을 낳는 ‘증오의 수레바퀴’를 가능한 초기에 막자는 의도였다고 한다. 독

사인 방울뱀은 몹시 화가 나면 자기 몸을 문다고 한다. 미워하고 화를 내는 것은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것 같아도 사실은 방울뱀처럼 자기 자신에게 가장 큰 상처를 입힌다. 대체로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이해하려는 노력을 덜 하는 사람이다. 고생을 많이 하고 인생의 쓴 맛을 많이 체험한 사람일수록 화를 덜 낸다. 그들은 화가 나지 않는 별종의 인간이 아니라 이해도가 높은 것이다. 강한 사람은 분노를 품어도 늘 때를 기다린다.

미국에 색맹(色盲)이 900만명이나 있다. 색맹은 흑백 세계에만 사는 불행한 사람들이다. 많은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흑백논리로만 사는 사람은 정신적 색맹이며 나도 불행하고 남도 불행하게 한다. 성경의 ‘바리새주의’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모세의 법을 따라 사는 자만이 백색, 다른 사람은 모두 흑색으로 치부하였다. 나치는 독일 민족만이 백색, 다른 인종은 모두 흑색으로 격하하여 600만 유대인 대학살을 자행하였다. 내 생각은 백색, 남의 생각은 흑색으로 도외시하는 것이 교만이다. 교만은 코가 높다는 정도가 아니라 죄이다. 유진 브라이스 목사는 요나를 테마로 이런 시를 썼다. “고래의 배와 사막의 열풍 사이에서 요나는 스스로의 지옥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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