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느 피고인의 간곡한 부탁

2008-05-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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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

어제 퀸즈의 형사법원에서 50대의 한인 중년 남자가 징역형을 언도받고 법정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교도소로 신병이 인계되는 절차에서 이 사람은 나에게 간곡한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음주운전에 관련된 나의 글을 여러번 읽었다고 하면서 다시 한번 글을 써서 자기같은 불행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한인사회의 주의를 환기시켜 달라는 부탁이었다.

이 사람은 사업상의 부채 문제로 생긴 사건에 연루되어 실형 징역형이 거의 확실시되는 사건이었지만 유능한 변호사의 집요한 노력으로 징역형이 아닌 3년간의 보호관찰형으로 대신하도록 약속받고 선고 공판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의외의 가벼운 처벌로 사건을 마무리지을 수 있어서 몇몇 친한 친구들이 모여 술 한잔을 하면서 자축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하지만 몸조심하느라 술도 겨우 반주 정도로만 마시고 일찍 귀가하는 길이었다. 난데없이 경찰이 비상등을 켜고 따라오면서 정차를 명하는 것이었다. 경찰
은 그에게 알콜농도 테스트를 요구했다. 아무런 교통위반 행위를 저지른 것이 없는데 경찰이 무작위로 검문을 하는 것 같았다.


차를 세운 경찰이 무슨 이유로 검문한다는 설명도 없었고 다짜고짜로 음주운전자 취급을 하면서 검문을 하는 것이었다. 경찰이 아무런 위반사항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무작위로 검문해서 체포할 경우에 이는 경찰의 집행절차에 하자가 있는 것이고 무죄의 사유가 된다고 듣던 풍월로 알고 있었으므로 아무런 염려 없이 하자는대로 테스트를 받았고 결과는 반주로 몇 잔 마신 술 때문에 약간의 알콜 농도가 발견되어 경찰은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하고 말았다.소식을 듣고 달려온 변호사로부터 놀라운 통고를 받았다.
이번 이 체포 때문에 징역형을 면하고 보호관찰형을 선고해 주기로 한 법원의 약속은 전부 무효이며 이제는 실형 언도를 면할 길이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된 것이므로 법원의 통고도 없이 자발적으로 알콜문제 치료를 받기로 하고 자진해서 병원에 입원하는 등 음주운전 혐의를 면해보려고 온갖 노력을 다 해보았지만 음주운전 혐의의 무죄 판결을 받을 수는 없었고 따라서 문제는 계류중인 사건의 형량이 문제였다.
그나마 변호사의 집요한 노력으로 장기 징역형은 면할 수 있었으나 그래도 최소한의 실형은 면할 길이 없게 되었다. 결국은 프로베이션(보호관찰형)에 앞서 60일간의 징역형을 살기로 협상이 이루어져서 이 날 선고를 받고 법정 구속되는 것이었다.

형무소로 입감되는 처지가 되고 나니 평소 자기나 친구들이 음주운전 자체를 아무런 죄의식 없이 저질러온 것을 후회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깨우치도록 자기 사건을 계기로 꼭 다시 한번 글로 써주기를 부탁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대부분의 한인들은 아직 음주운전 자체를 큰 죄의식 없이 저지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음주운전으로 유죄판결을 받는다는 것은 형사범죄의 유죄판결을 받는 것으로 전과자의 기록이 된다는 중대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되풀이하지만 음주운전은 형사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 년 동안이나 불법체류 신분으로 살아오다가 겨우 신분문제가 해결되는 단계에 이르렀는데 이 하찮을 것 같은 음주운전 전과를 저지르게 되어 영주권은 물 건너 가버린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사람이 한 사람이 아니다. 또 며칠 전에는 그야말로 청운의 꿈을 안고 유학을 온 학생이 이제 막 최고학위 과정을 시작하려고 비자 연기신청을 하는 도중에서 음주운전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게되어 모든 것이 끝나버린 사건도 있었다.하찮게 생각한 음주운전이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의 행로를 바꿔놓은 것이다. 그리고 설사 경찰이 불법으로 검문했다고 증명해서 무죄를 얻어내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며 이것이 이유가 되어 사건이 기각되는 케이스를 본 적이 없다. 어떻게 해서라도 음주운전으로 체포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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