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로운 세계경제의 주역 ‘국부펀드’

2008-05-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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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 (한미정치발전연구소장)

근대사회 이후 국제사회에서 무역과 경제교류가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최대 변수가 된 이후 그 흐름과 역할을 분석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보는 것도 세계적인 경제침체로 불안한 미래를 바라다보아야 하는 국제경제의 현실 속에서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의 요인들이 점차 퇴색해 가고 있는 시점에서 국제경제의 실질적인 주역으로서 부상하고 있는 국부펀드는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임에 틀림없다. 국부펀드가 외환 보유고의 척도가 되고 대외지급능력을 나타내므로 단순히 달러화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기축통화로서 유로화와 엔화에 이르기까지 그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각국 정부가 국제금융의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경제가치를 높이기 위해 잉여자본 활용을 전제로 설정한 것이 국부펀드다. 1953년 원유수출금을 재원으로 쿠웨이트가 최초로 국부펀드를 조성한 이래 주로 오일달러를 주체하지 못하는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수출금을 재원으로 삼아 국부펀드
를 조성했다. 최근에는 저가의 공산품 수출로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인 중국과 국제사회 오일값 폭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소련이 국가부흥의 일환으로 국부펀드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싱가포르와 노르웨이, 호주 등은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에 공격적이며 집중적인 투자전략을 행사해 지분과 자산증식을 도모하는 성공적인 국부펀드 국가들이다.수익성을 기본으로 외환보유고를 늘리기 위한 일환으로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국가들은 국제사회의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부동산 등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일례로 아랍메리트 연방의 아부다비 투자청은 미국 시티그룹에 75억 달러의 긴급자금을 공급하고 최대 주주로 등극하게 되었다. 더우기 여러 금융회사에 대주주로 참여해 금융계의 큰 손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이는 8,750억 달러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를 효율적으로 운용함은 물론, 앞으로 자산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할 경우 국부펀드가 미국 금융회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으
며 다방면에 투자를 늘릴 경우 미국경제의 잠식은 순식간에 이루어질 수 있다.

제 위기를 겪고있는 중요 기업이나 부동산 등을 공략할 경우 자구책 마련에 부심한 미국경제의 붕괴는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다.특히 중동 산유국들의 국부펀드의 규모는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급속도로 성장하며 미국경제 잠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언젠가는 미국의 세계적 대기업들과 금융계가 이들 국부펀드를 내세운 국가들의 손에 떨어질 수도 있다.

아직은 63조억 달러에 달하는 전세계은행 자산에서 국부펀드가 차지하는 비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앞으로 그 비율은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다. 또한 국부펀드를 운영하는 국가들이 도전적인 투자형태로 미국 금융계와 실물경제에 영역을 확대할 경우 미국의 대기업들이 국부펀드를 내세운 제 3국의 손에 넘어가는 일은 시간문제다.

기업 인수합병에 중점을 두는 사모펀드와 국제금융시장을 조작하여 고수익을 올리는 해지펀드와 달리 국가적인 차원에서 육성하는 국부펀드는 국제사회의 패권경쟁의 새로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가경쟁력이 재편된다면 강대국으로 가는 발판과 미국과 선진국들의 경제침체로 인한 국력의 약화를 치고 오르는 중요 요인으로 국부펀드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IMF 위기시 외환보유고가 바닥나자 한국투자공사를 설립하고 2008년 300억 달러를 예산으로 책정해 국부펀드의 확장을 도모하지만 국제사회의 투자자로서 영향력과 규모는 아직 미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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