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상실의 시대

2008-05-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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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취재2부 기자)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읽을거리, 볼거리는 폭주하고 있는 반면 정작 중요한 뭔가는 빠져있는 느낌이다.블로그나 홈페이지에 분초를 다투며 시시각각 올라오는 각종 정보들이 현대인이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뉴스 제작자들이 실시간 업데이트 되는 정보에 발맞추는 것은 생명이다. 1초 전 뉴스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검색어 하나만 입력하면 특정 이슈에 관한 사전 의미부터 최근 뉴스까지 폭넓은 지식들이 펼쳐져, ‘박식’이라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느껴지곤 한다. 인터넷상의 가슴 뭉클한 예화 한 편은 연사의 연설 속에, 라디오 방송 진행자의 멘트, 그리고 목회자의 설교 속에 유용하게 인용된다.
특히 신문이나 방송, 잡지 등 대중매체에 기고하는 원고의 상당 부분은 그럴듯한 글맵시를 자아내려는 양 타인의 예화를 인용하는 것을 마치 수순처럼 따르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적재적소에 이용하는 것은 지혜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보의 홍수 속에도 찌꺼기는 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대한 맹신이나 지나친 의존 등이 예이다. 무엇보다도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현대인들이 잃어가고 있는 대표적 산물은 사색(思索)의 시간의 상실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현대사회는 정보의 홍수가 빚어낸 상실의 시대라 할 수 있다. 타인의 사색을 읽고 동감하는 기회는 늘고 있는 반면 나 자신의 사색을 위한 시간은 점점 줄고 있다.

비슷한 상황, 비슷한 심정이라 공감하고 있지만 내가 읽고, 인용하는 그 이야기는 내 것이 아니라 남의 이야기인 것이다. 이같은 남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고, 설득하고, 조언하며 살아가고 있다.
때로 내 지식과 문장력으로 표현하기 힘들어 명사의 문구를 인용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가장 좋은 예화는 바로 내 이야기이다. 이왕이면 내 이야기로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고 설득하는 것이 대화의 힘을 실어준다.

사색의 상실이 못내 아쉬워 가끔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귀를 막고, 눈을 감아본다. 하루 일과의 매 순간을 반추하고 음미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단 10분 나 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요즘처럼 빠르고 바쁜 시대에 자신을 잃지 않는 자기 관리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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