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또 하나의 시한폭탄 ‘독도문제’

2008-05-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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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고문)

대일 협력관계를 강화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외교정책이 독도의 암초에 걸려 위기를 맞을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일본 방문시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과거를 잊고 신시대를 열자는 획기적인 선언을 했다. 그런데 겨우 한달만에 일본은 한일간의 최대 분쟁 대상인 독도의 자국 영유권을 거론하여 한일관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로 인해 이명박 정부는 앞으로 상당히 어려운 딜렘마에 빠질 우려가 크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문부성은 중학교 사회과목 새 학습지도 요령 해설서에 독도인 다케시마가 <우리나라의 고유 영토>라고 명시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 해설서는 교사들의 교육 지침서로 교과서의 검정기준으로 통용되기 때문에 앞으로 교과서 내용에 그대로 반영될 것이며 빠르면 내년부터 이런 내용을 담은 교과서가 줄줄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명시한 지침서는 이 해설서가 처음이라고 하니 그 파장이 매우 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독도가 무인도였기 때문에 한일 양국의 영유권 주장이 맞서고 있지만 역사적, 지리적 사실로 볼 때, 일본의 주장은 타당성이 부족하다. 일본은 동북아의 군사강대국이 되어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후 1907년 독도를 자국 영토에 편입시켜 2차대전 후에도 한국에 되돌려주지 않았는데 한국은 1952년 평화선을 선언하면서 독도를 자국영토화하여 지금까지 실질적으로 지배해 오고 있다. 일본이 자국 영토에 편입시키기 전까지는 양국인들의 내왕이 있었으나 한국과의 역사적 관계가 더 깊었고 또 지리적으로 볼 때도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도서라고는 할 수 있어도 원거리에 있는 시마네현의 일부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독도에 대해 일본의 정치인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영유권 주장을 계속했고 독도 영유권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여러가지 시도를 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교육지침서에 독도 영유권을 명시하려는 것은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고착시켜 후세에까지 분쟁화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과거를 잊고 신시대를 열자는 말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이명박대통령이 방미 중 졸속 타결로 파란을 겪고있는 쇠고기 파동과 마찬가지로 이번 독도문제로 볼 때 방일외교도 졸속외교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국가 또는 국민간 신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무조건 과거를 잊을 수는 없고 반드시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정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일간에는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교류협력관계가 증진되고 있지만 아직도 과거사에 대한 이견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이다. 일본이 군대위안부 문제, 신사참배 문제 등에서 과거사에 대한 반성보다는 합리화로 일관해 온 것이 이번 독도문제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그러므로 일본에 대해 과거사를 문제삼지 않겠다는 이명박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다. 이대통령은 기업인 출신이므로 기업인 사고에서 보면 과거사를 운운하는 것은 바보짓일 수도 있다. 과거에 원수지간이었다고 하더라도 지금 손을 잡으면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판단될 때 무조건 손을 잡는 것이 사업의 세계이고 그것이 기업인의 실용주의이다. 그러나 국가간 관계나 국민감정은 그렇지 않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대통령이 방일기간 중 일본국왕 앞에서 머리를 숙여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았던 것도 이런 국가관계와 국민감정을 망각한 처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어쨌든 일본이 중학교 사회과목 교육지침에 독도영유권을 명시하여 일본 교과서들이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기술하는 사례가 줄줄이 이어질 경우 사태는 매우 심각해질 수 있다. 한국은 이번 보도에 대해 진상을 파악하여 일본정부에 항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앞으로 일본이 독도영유권을 교과서에 삽입해도 한국으로서는 항의하는 도리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항의한다고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일본은 조금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러면 한국에서는 일본에 대한 국민감정이 악화되어 반일운동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미국 쇠고기 수입 방침에 반대하는 운동은 반미운동, 나아가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운동에는 쇠고기 수입의 문제점을 걱정하는 국민들의 의사가 집약되어 있지만 그 배후에는 보수정부를 뒤흔들어 혼란에 빠뜨리려는 좌익 반미 선동세력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영토문제는 쇠고기 문제보다 더욱 민감한 상황이다. 한국인들의 독도 사랑은 유별나다. 만약 일본이 독도영유권을 더욱 노골화하여 한일간의 분쟁이 격화된다면 한국에서 반일운동이 일어나는 것은 불가피해질 것이다. 이 반일운동이 이명박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한 좌익선동세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반일운동에 북한까지 가세한다면 한국정부의 입지는 매우 어려워지게 된다. 이명박 정부는 이같은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제부터 독도문제에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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