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들 미쳐간다”

2008-05-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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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찬(엘름허스트)

소도 미치고, 닭도 미치고, 사람들도 점점 히스테리해져 간다. 집회 시위, 결사의 자유를 만끽하는 사람들의 행위는 거의 방종에 가깝다. 현 집권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부추기는 일부 사람들은 어린아이들까지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 끌어들인다.

오래 전 그 누구가 “당신은 왜 촛불을 밝혔나요”를 구성지게 부르더니 그 후부터 걸핏하면 너도나도 툭하면 모여 촛불을 켜댄다. 아직 병도 들지 않은 쇠고기나 바이러스 닭고기를 먹으면 금방 거품을 물고 피 토하는 줄 소동들을 피고 있다.솔직히 말하지만 수십년 전 우리 모두도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런 것들도 먹고 자랐다. 그런데 그 때문에 죽은 사람은 거의 없다.


영화배우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Rocky’를 보면 날계란 10개를 깨서 들이키는 모습이 나온다. 그 사람인들 ‘살모넬라’ 균에 대하여 들은 적이 없을까?양돈업계를 예로 들어보자. 하루에 한 마리도 예외없이 4~5대씩의 테라마이신을 주사한다. 거의 뱃가죽까지 닿는 오물로 인해 그리 처방하지 않으면 그 돼지들은 감염돼 죽을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우리는 주사 맞고 병원균과 함께 사이좋게 성장하는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고 있는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된 소를 한 번 보자. 그 옛날 황소는 웬만한 농가의 으뜸 재산이다. 젊을 때 실컷 부려먹고 늙고 병들어 침 질질 흘리고 앞발 구부릴 때 죽이든지 팔든지 잡아먹는 것이다. 소에 붙어있는 뼈라는 뼈는 다 고아서 설렁탕, 곰탕을 해 먹는다. 병도 걸리지 않은 미국산 소, 아직 먹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먼저 중병에 걸려 거품을 품어댄다.

우리 한국은 전 군대 중 육군만 50만 병력에 이른다. 생각하고 계산해 보라. 전 사병이 하루 세끼 식사로 보충급식을 받으려면 육본의 병참감은 얼마나 바쁘겠는가! 그 당시라고 ‘가축병’에 관한 위생법이 없었겐는가? 솔직히 이 시대보다 더 먹거리가 없을 때이고 고기 구경하기 힘든 때에 무슨 일인들 없었겠는가? 이런 저런 것들이 다 1급 비밀이고, 대외비인 것이다.일반적으로 국민들의 먹거리에 비상(데프콘)이 떨어지면 영민하신 대통령께서는 병참함을 선두로 총장, 국방장관, 군수, 도지사들과 함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셨다.

병에 걸린 소나 돼지들은 즉각 소각 처분시키고 아직 건강한 것들은 ‘쿡’거리가 되는 것이다. 분명히 먹어도 이상이 없다는 확신이 있기에 예하 부대를 일시 방문, 장교와 사병들과 식사를 자주 하곤 하였다. 당시
는 군정이 안정기에 들어가던 때이고 각하께서는 각별히 군인들의 먹거리와 입을거리를 신경쓰셨다. 동물을 키우는 업자들에게는 도산의 위기를 막고 건강한 놈들을 맛있게 먹었던 과거사이다.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다. 아니면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 말을 하느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쇠고기 파동을 보면서 옛 생각이 떠올라 몇 자 적어보았다. 필자는 69~70년 육군
본부에서 당시 소장이었던 병참감의 개인비서를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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