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화로운 5월 되었으면

2008-05-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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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센트럴커네티컷주립대 경제학 교수)

고국에서는 5월이 가장 다채롭고, 우리의 삶에 뜻깊은 기념일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우선 1일의 근로자의 날, 5일 어린이날, 8일이 어버이날, 금년은 12일이 성년의 날과 석가탄신일, 15일은 스승의 날, 18일이 민주화운동 기념일, 19일은 발명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 그리고 31일이 바다의 날로 되어 있다. 이에 대하여 미국에서는 두번째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지키며 원래는 30일이었지만 이제는 5월 마지막 월요일을 전몰장병 기념일(Memorial Day)로 공휴일이다.

고국에서 지키는 각종 기념일을 분석해 보면 먼저 일하는 사람들의 노고를 새삼 알게 하는 행사로 5월이 시작된다. 곧 이어 어린이날.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읊은 시인 워즈워스(Wiliiam Wordworth, 1770~1850)의 인간미와 어린이를 존중하는 고운 마음씨는 역설적이면서도
누구나 공감을 느끼게 해 준다.


미국과 캐나다는 5월 둘째 주일이 어머니날이다.(6월 셋째 주일은 영국, 미국, 캐나다에서 아버지날로 기념한다) 고국에서는 부모님을 다 함께 모시는 어버이날을 8일에 지킨다. 기독교에서서는 십계명 중 다섯째가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이다. 효도라는 개념은 비록 동양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돌아가신 후에는 모두가 효자”라는 가르침이 있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의 한번 효행이 돌아가신 후의 백번보다 낫다는 교훈이 과연 모든 일에 때가 있고 효과가 더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

21일의 부부의 날도 우리나라의 특수한 기념일이다. 15일 스승의 날까지 합하면 동양에서의 미덕이 가장 많이, 그리고 적절히 기념하는 달이 5월이다.분명히 5월은 가정의 달이고 동시에 부부, 부모, 자식, 그리고 자식을 교육시켜 주는 스승을 총망라한 셈이다. 따라서 인간가족의 역사를 더듬어 보아도 가정이 가장 으뜸되는 단위이고, 이를 토대로 모든 대인관계가 성립되어진다. 그러기에 결혼식은 가족을 비롯하여 여러 친지가 모여
가장 기쁨에 찬 예식이요, 모든 하객이 신혼부부에게 행복을 기원해 준다. 신혼생활을 ‘깨가 쏟아진다’라고 표현하는 자체가 아름답고 즐거우며 삶의 보람을 만끽하는 증거이다.

자기 자신이 엄마, 아빠가 되면 부모의 수고와 고생, 그리고 모든 희생을 너무나 실감나게 하는 시기가 된다. 따라서 어린이날을 비롯하여 어버이날도 의의가 깊다. 미국에서는 대학의 졸업식이 대부분 5월에 있다. 부모의 슬하에서 고등교육을 마치면 새 가정을 이루는 과정과 함께 이제는 사회인으로 제각기 독립된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대학교육을 해외에 나와서 받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약간의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모두 효자, 효녀가 되는 것을 목격한다. 집을 떠나서 문화, 풍속, 생활양식, 음식과 언어, 대인관계 등 판이한 나라에서 학술을 비롯하여 정서의 성숙과정을 겪는다. 따라서 전에 느끼지 못한 부모의 사랑을 새삼 실감하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 유학생활이다.

우리는 가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심리학 교과서를 보면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이 포함되어 있다. 사람 얼굴을 그리면 언제나 웃는 모습이다. 입술 양 끝이 하늘을 향한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속에 복된 삶을 즐기는 어린이들이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극히 일
부이지만 입술 끝이 땅을 향하는 그림은 부모가 이혼했거나 아버지가 형무소에 있는 어린이라는 심리학자의 견해이다. 고아원에 가서 무심코 한 아이를 껴안아 주면 어느새 다른 어린이들이 줄을 지어 껴안아 주기를 기다린다.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감하게 해준다.

최근에 중국에서는 강도 7.9 스케일을 겪은 큰 지진으로 수 만명의 인명피해, 310만호의 집이 파괴되고, 13만명의 군인이 구조작업에 동원되는 참사가 발생하였다. 우리나라를 위시하여 일본, 러시아, 대만 등 구호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특기할 점은 1970년대 말부터 인구 증가의 속도를 저하하는 목적으로 중국정부에서는 한 쌍의 부부가 ‘아이 하나만’이라는 정책을 강행하였다. 이번 대지진과 홍수 등으로 초등학교의 붕괴에 따라 너무나 많은 어린 생명이 숨졌다. 아이가 하나밖에 없는 수많은 부모들의 참변은 다른 나라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이중의 고통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온 인류가 전쟁과 여러가지 재앙에서 해방되어 평화를 수호하는 21세기가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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