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젠 ‘지역 언론’이다

2008-05-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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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희(SEKA 사무국장)

청소년 프로그램 ‘미래의 문’과 리서치 프로그램 ‘한인 정치력 신장 연구’로 퀸즈에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린 SEKA는 4월 말부터 뉴저지로도 프로그램을 확대, 버겐카운티 심층조사에 임했다.

그러던 중 지역 영자신문들에 나타난 한인청소년들의 모습은 ‘공부는 잘 하는데 운동은 못하는 아이들’로 그려져 있었다. 빅 브레인, 노 머슬, 허약질이라는 말이다.예컨대 5월 15일자 ‘버겐뉴스’에는 포트리 루이스 콜 중학교가 발표한 우등생 명단이 실렸다. 7학년의 경우, 45명의 최우등 학생 중 12명(27%)이 한인학생이었고, 61명의 우등생 중 13명(21%)이 한인이었다. 8학년의 경우 38명의 최우등생 중 14명(37%)이 한인이었고 69명 중 20명(29%)의 한인학생이 우등생 명단에 올랐다. 전체 한인학생 비율에 비하면 우등생 비율이 월등히 높다.


지난 기사를 검색해본 결과 약 1년 전인 2007년 5월 29일자 ‘버겐뉴스’에 팰리세이즈팍 고등학교의 우등생 명단이 나왔다. 한인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작년에도 마찬가지였다. 12학년만 보더라도 4명의 최우등 중 1명(25%)이 한인이었고 29명 중 11명(38%)이 한인 우등생이었다. 중고등학교를 막론하고 뉴저지 지역 언론은 한인학생들의 ‘똑똑함’을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있었다.

한편 ‘레코드’지가 발행하는 스포츠 매거진 2008년 5월호는 북부 뉴저지 청소년 체육활동을 특집으로 꾸몄다. 64면에 달하는 고급 양장 화보집으로 나온 이 스포츠 매거진에는 한인학생이 단 한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2007~8년도 뉴저지 챔피언에 오른 키넬론 고등학교의 아이스하키 팀에 아시아계 학생이 한명 끼어 있었지만 중국계 학생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뉴저지 지역 언론에 비친 한인청소년들은 머리만 크고 신체는 허약한 가분수였다.

버겐카운티 지역 언론에 나타난 한인청소년의 모습은 진실일까? 그렇지 않다. 지난 2~3주 동안 많은 학부모를 만났고 여러 상황에 처한 학생들을 상담했다. 한인청소년들은 필드와 트랙, 수영과 농구, 태권도와 검도 등의 스포츠에 열심이었다. 특히 육상 장거리 종목과 단거리 수영 종목에서는 뉴저지 챔피언에 오른 학생도 있었고, 각급 태권도대회에서 수상한 학생은 부지기수였다. 올여름에 국기원 대회에 출전하는 학생도 여럿 만났다. 그러나 그런 건장한 한인청소년의 모습은 지역 언론에 반영되지 않고 있었다.

버겐카운티의 한인들은 경제력에 이어 정치력도 신장시키고 있다. 지난 4월 교육위원 선거에서 무려 7명의 한인이 무더기로 당선된 것이 그 증거다. 하지만 이런 발전상은 지역 언론에도 반영돼야 한다. 한인 언론은 한인청소년들의 다양한 측면을 잘 보도하고 있지만 영자 지역 언론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이는 이 지역에 함께 사는 다른 인종 커뮤니티에게 잘못된 한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오해가 잉태하면 편견을 낳고, 편견이 장성하면 문제와 갈등을 낳는 법이다.

언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1992년 LA폭동이 흑백 갈등에서 한흑 갈등으로 바뀐 것도 난데없이 ‘두순자씨 사건’을 확대 보도한 지역 언론의 편파성 때문이 아니었던가. 한인사회는 앞으로 함께 사는 다른 인종의 매스컴을 통해서도 한인사회의 건강한 모습이 반영되도록 교류를 넓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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