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한계 속 인간군상의 모습들

2008-05-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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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논설위원)

인간은 진화된 동물인가. 아니면 창조된 동물인가. 다윈의 진화론에 의하면 인간은 진화된 동물이다. 그러나 성경에 의하면 인간은 창조된 사람이다. 진화와 창조 이 둘은 인간이 지구상에서 모두 사라질 때까지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가 될 수 있다. 인간 진화와 창조는 세상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중 하나일 수 있다. 인류의 기원을 푸는 문제니 그렇다.
제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다 해도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 같은 현상은 세상에 너무나 많이 존재하고 있다. 우주의 태어남이 빅뱅에 의해서라고 하지만 빅뱅 이전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하지만 신을 설명 못하고 있다. 신은 스스로 존재한다고 한다. 스스로 존재함의 신의 증명은 신앙과 믿음 안에서만 가능하다.

우주 안에는 인간의 눈엔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다. 인간의 눈과 머리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 땅과 함께 사라질 때까지 품고 갈 수밖에 없음이 한계다. 인간 한계란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돌 바위 같은 것은 아닐까. 굴려 올려 산 정상에 놓으면 다시 굴려 내려지는 돌 바위 오르내림의 반복된 여정이 인간한계가 아닐는지.
중국 쓰촨성 지진이 있기 전 수만의 두꺼비들은 지각의 변동 있음을 알고 미리 피했다 한다. 몇 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쓰나미 때에도 똑 같은 현상이 일어났었다. 동물들이 바다의 움직임을 알고 미리 피한 것이다. 인간의 과학으로 예측하지 못하는 것을 다른 동물들은 미리 알았다. 인간한계에 이어진 인간 과학의 한계가 이런데서 나타나고 있다.


인간. 다른 동물과 다른 것이 무엇이 있나. 생체 조직 면에서는 거의 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 머리와 팔 다리. 눈과 귀. 입과 코. 몸과 몸에 딸린 배설 구 등등. 인간이 성과 성의 만남을 통해 생식하여 번식하듯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로 성과 성의 만남을 통해 번식된다. 구조와 기능면에서 볼 때 인간이라 해서 다른 동물보다 더 뛰어난 신체 조건을 가진 것은 아니다.그러나 인간이란 다른 동물과 확연히 구별되는 그 무엇을 갖고 있다. 문명과 문화다. 편리에 의해 발명되어진 도구들 중 하나인 언어와 문자가 오늘의 인간 문명을 달성하게 한 가장 큰 역할을 해 왔다. 언어와 문자는 학문을 낳고 학문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려하는 철학을 낳았다. 철학
은 이상을 낳고 이상은 과학을 낳아 현대 문명의 근간이 되게 했다.

아무리 문명과 문화가 발달해도 인간은 스스로 한계의 동물임을 알았다. 종교의 발단은 이런 인간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됐다. 종교야말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임을 인간은 알았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것 중 또 하나는 이러한 종교를 낳게 한 종교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영원을 추구하며 현실 안에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인간 종교의 역할이야 말로 인간을 인간의 한계에서 구원하게 할 유일한 방도임을 인간은 알게 된 것이다. 종교는 신앙과 믿음을 갖는다. 신앙과 믿음은 인간한계의 극복을 낳는다. 인간한계의 극복은 신이 있음은 전제한다. 신이 있음의 전제는 신이야말로 모든 만물의 창조자임을 증명하며 인간 창조론을 뒷받침 한다.
‘링’이란 영화에 보면 텔레비전 화면에서 인간인 사람이 튀어 나온다. 그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사람이 심장마비를 일으켜 죽는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던 복수를 이런 식으로 해 나간다는 내용이다.

인간 상상의 한 부분이 문명의 발명품인 영상을 통해 극으로 나타난 것이지만 아직 사람이 튀어나온 텔레비전은 없다.
아마 언젠가는 텔레비전에서 직접 인간이 튀어나올 그런 시대가 올는지도 모른다. 상상은 현실로 구체화될 수 있기에 그렇다. 컴퓨터의 발달로 인간과 똑같은 로버트가 나와 인간과 모든 감각을 공유하여 결혼할 시대도 올 수 있다고도 하니 그렇다. 감성을 지닌, 피부가 매끄럽고 부드러운 감촉을 가진 로버트와 데이트 할 날도 멀지 않았나 보다. 수십억만개의 별. 생명은 지구에만 살아있다. 생명은 진화의 산물인가, 창조의 산물인가. 신의 존재와 증명은. 인간이란 한계의 생명체가 이 땅에 일구어 놓은 문명과 문화와 과학. 수수께끼 같은 수많은 우주의 기이한 현상들. 인간들, 아직 풀지 못한다.

세월의 감이 모든 물음의 답인 것을. 천년이 지나면 텔레비전에서 사람이 기어 나오고. 로버트와 사람이 결혼하여 살고. 그 때엔 지진 같은 것도 인간이 막을 수 있을까. 미친 소도 더 나오지 않을까. 한계 속 미로를 오늘도 파고드는 인간 군상의 모습들. 천년이 하루요, 하루가 천년같은 시간이 오늘도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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