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5월은 가정의 달

2008-05-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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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1부 부장대우)

한인들에게 일년 중 5월만큼 가정과 깊은 연관이 있는 시기도 없을 것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가족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고 부모님과 스승님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사랑을 주고받는 달이 5월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주말 뉴욕 근교 공원에는 한인들로 크게 붐볐다. 자녀와 부모가 잔디밭을 같이 뛰며 단란한 한때를 보내는 가족들, 친목회·동창회 등 각종 모임에서 오랜만에 나와 함께 즐기는 가족동반 야유회 등.

선물가게나 샤핑센터도 마찬가지였다. 마더스데이를 맞아 부모님들을 위한 효도 상품과 어린 자녀들에게 줄 갖가지 선물로 채워진 매장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댔다. 평소 어쩔 수없이 가정에 등한시했던 사람들이 그 동안의 소홀함을 만회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가족과 가정에 소홀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바쁜 이민생활 속에서 부모들은 부모대로 일에 시달리고, 자녀는 학교와 학원을 돌며 늦은 저녁에야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오는 가정. 큰맘 먹고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으면 가족 모두가 둘러앉아 대화나누기 조차 힘든 현실이 오늘의 한인 가정 실상인 것이다.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우리 한인사회에서도 가정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나 혼자 살아보겠다고 자식을 팽개치고 떠나는 부모도 있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패륜 범죄도 일어나고 있다.

그뿐인가 부부 불화에서 시작되는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일도 끊이지 않고 있다. 수년 전 퀸즈에서 남편이 아내를 아들이 보는 앞에서 칼로 무자비하게 난도질해 살해한 사건이나 얼마 전 조선족 엄마가 태어난 지 3일된 영아를 유기한 일 등은 우리네 가정의 우울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는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가 너무 앞만 보고 뛰면서 가장 소중히 여겨야할 가정의 중요성을 간과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들 일 것이다.

이미 오래전 부터 미 주류 사회에서는 가정 회복 운동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산업화에 따른 핵가족화로 한국사회보다 먼저 가족이 해체되는 과정을 겪었던 나라에서 이런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가정이 그만큼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가정의 달인 5월, 나의 가족을 돌아보고 다시 한번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겨 봤으면 한다. 그것이 매년 이맘 때 일회성으로 자녀와 함께 놀러가고 부모님께 선물을 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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