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객관성에 대한 훈련

2008-05-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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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웅(공학박사)

광우병인지 광인병인지 때문에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1)광우병이 일어날 확률 (2)그것의 전염률일 것이다.광우병이 문제된 지도 10년이 더 지났다. 이 기간 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 환자는 3명이
었는데 이것도 미국 소가 아닌 것으로부터 생겼다고 한다. 10년 동안 미국의 3억 인구 중 3명
이 광우병에 걸렸다면 연간 광우병 발병 확률은 10억분의 1이다. 약 3년 동안 한 명의 미국인
이 광우병에 걸린다는 얘기인데 이것도 순 미국산 소만 따지면 확률은 0이 된다. 또 광우병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었다는 사실이 없으니 전염률도 0이다. 따라서 미국 소로 인한 광우병 발병 확률이 연간 0에서 10억분의 1이고 전염 확률은 0이다.

인간사에서 100%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사람이 무엇을 먹고 마시다가 목에 걸려 죽을 확률,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땅이 꺼질 확률, 청천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져 맞을 확률, 숨을 쉬다가 나쁜 공기를 마셔 죽을 확률 등등도 광우병에 걸릴 확률보다 훨씬 더 높다.
광우병이 무서워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한다면 아예 아무 것도 먹지 말고 숨도 쉬지 말아야 할 것이다.왜 한국사람들은 과학적인 사실은 믿지 않고 혹세무민하는 주술같은 선동에 매달려 저리도 날뛰는가. 이번 광우병 파동이 아니더라도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일들 때문에 한국인들이 말도
안되는 선동으로 놀아난 적이 많이 있었다. 그러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이었다. 이런 비이성적인, 비합리적인 한국인의 행동은 어디서 나오는가.


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그 하나는 한국인의 ‘객관성에 대한 교육 및 훈련의 부족’이 아닌가 한다. 사물을 주관적인, 감성적인 근거가 아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바탕 위에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력이 한국인에겐 많이 부족한 듯 하다. 한국의 통계가 엉터리가 많다는 사실, 도로나 공한 등의 건설 전 수요 예측이 건설 후의 실수요보다 너무 높아 막대한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애물단지가 된 예는 부지기수이다.
그래서 말도 안되는 얘기에도 미쳐 날뛰는 일들이 그리도 많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앞으로도 광우병 같은 사건은 ‘한국인의 객관성’이 나아지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두번째는, 혹세무민하는 선동꾼들을 우리 사회가 가려내어 엄벌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 사건도 이런 사람들의 선동에 많은 국민들이 놀아난 꼴이다. 또 뻔히 잘못된 줄 알면서도 이번 사건을 빌미삼아 ‘한 건’ 해보겠다는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 문제를 침소봉대하여 국민을 속이는 일부 언론, 방송사들, 그들이 도대체 제정신인가.물론 정부가 잘못한 점도 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엔 그것은 문제의 본질과는 관계가 없는 아주작은 문제이다. 그것을 가지고 개인도 아니고 국가간의 약속을 재협상 하라느니, 파기하라느니 하는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스스로 국력을 낮추고 한국인 전체를 언제나 ‘이랬다 저랬다’하는 믿지 못할 집단으로 한국인 스스로가 몰고 가는 마조키즘적 사고방식, 우리 사회 정말 이래서는 안된다.이 바쁜 세상에 국력을 낭비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일은 정말 없어야 한다. 차제에 국가는 이런 못된 짓을 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을 가려내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언제까지 대한민국이 이런 허망하고 황당한 일 때문에 괴로움을 당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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