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아름다운 가정

2008-05-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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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가정이라고 하는 울타리의 중심은 가족이다. 그러나 가족이 아무리 많아도 서로 간에 우애가 좋지 않으면 가정이 아니다. 이런 가정은 언제나 시끄럽다. ‘우애’란 한문으로 벗 ‘友’에 사랑 ‘愛’자로 이루어진 단어이다. 이 우애가 가정 안에 있으면 참 아름다운 가정이 될 수 있다.

우애는 가정을 가정답게 받쳐주는 덕목이다. 그러나 우애가 좋지 않으면 집안이 아무리 풍족해도 아름답지 못한 가정이다. 한국의 많은 재벌가정이 가정답지 않은 이유는 가족관계에 우애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가정이 가정답지 않은 집안의 식구들은 항상 밖으로 돌게 되어 있다. 이런 가정은 언제나 파괴의 위험을 안고 있다. 그래서 재벌가의 자녀들이 돈은 많아도 밖으로 많이 나돌아 가정이 깨지는 예가 많다.


가정은 왜 중요한가? 인간의 마음이 마지막으로 머무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 하루 시간의 마지막으로 도착을 할 수 있는 곳이 가정이다. 다시 말해서 가정이 없거나 시원치 않은 사람은 마지막 도착할 종착역이 없는 사람이다.
그 복잡한 도시를 하루 종일 숨차게 돌아다니는 시내버스도 종착역이 있기 때문에 쉴 데가 있다. 종착역이 없다는 건, 곧 쉴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룸살롱이 좋고, 술집 같은 곳이 좋아도 그런 곳은 사람들로 하여금 쉼을 주는 곳이 아니다. 발을 붙이면 불일수록 피곤하게 만든다.

사람이 쉴 수 있는 곳은 단 하나, 가정 밖에 없다. 그 가정을 우애로 만들어야 그곳이 사람이 쉴 수 있는 보금자리가 되고 안식처가 될 수 있다.
특별한 경우를 빼놓고 정상적인 사람은 누구나 다 가정이 있는데, 한 가지 우리들의 머리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은 왜 술집이나, 노래방, 식당마다 밤늦은 시각에 그렇게 한인들이 많은 것인가. 그것은 미국사람들의 생활과 비교해 보면 간단하게 답이 나온다.
미국인의 경우 밤에 민간 선술집 POB 같은 곳에 가보면 찌들고 초라한 사람이 앉아서 술 한두 잔 놓고 머리를 푹 숙이고 앉아 있거나 벽에 붙은 낡은 TV를 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것은 그만큼 술집이 잘 안 된다는 얘기이다. 저녁이 되면 사람들은 대부분 다 가정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거기 있는 사람은 가정이 있으나 대부분 집에 가야 가족관계, 우애가 없으니까 가지 않고 거기 머무르는 것이 아닐까.

좋은 가족관계를 만들려면 먼저 우애가 무엇인지, 또 우애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고 가족 개개인이 우애를 생산해내는 기계가 되고 생산해내는 공장이 돼야 된다. 이것이 우리 이민사회에서 많이 부족한 부분이다. 가정은 만들어내기는 쉽지만 좋은 가정, 따뜻한 보금자리, 가고 싶은 집을 만들어내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가정은 저절로 굴러가는 줄로 착각하곤 하는데 좋은 가정은 절대 만들어내지 않으면 저절로 굴러가지 않는다. 이 것 또한 우리 이민사회가 우려해야 할 부분이다.
가정이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지 못하면 가장 위험한 사람이 누구인가? 그들은 말할 것도 없이 그 가정에 속해있는 어린 자녀들이다.

한국아이들이 있는 학교는 어디든지 보면 끼리끼리 뭉쳐서 힘자랑을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런 아이들의 배경을 보면 반드시 가정이 가정답지 않은 집안의 아이들임을 알게 된다. 아이들이란 밥만 먹여 놓는다고 저절로 커나가는 게 아니다. 옛날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누구 할 것 없이 가난하고 사회가 헐벗었을 때 그 당시는 아이들에게 밥 한 그릇만 먹여놓고 내버려두면 모두들 절로 컸다.

그런데 지금은 경제가 온 사회를 주도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상황이 천태만상으로 다 다르다. 여기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있다, 없다가 아니고 요즘의 아이들은 따뜻하게 보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내버려둘 경우, 그 아이들은 한밤중에 술집이나 노래방에 앉아있는 어른들보다도 더 밖으로 돌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 아이들의 미래가 보이고 그 아이들의 가정이 보지 않아도 어떤 가정인가가 명확하게 감지된다.

가정의 달에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누구나 다 가정을 가지고는 있지만 어떠한 가정을 만들어낼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라는 점이다. 가정은 타인이 만들어주지도, 도와주지도 않는다. 오직 나 자신만이 설계하고 운영하고 지켜야만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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