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므네 므네 드겔 브라신’

2008-05-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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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근(무궁화상조회 회장)

왕이 만조백관들과 함께 연회를 베푼 자리에 사람의 손가락이 나타나 연회장 위를 이리저리 돌면서 왕과 연회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시선을 잡더니 왕궁 벽에 붙어있는 판에, 전혀 뜻을 알 수 없는 글자를 써놓았다. 연회를 베풀고 기고만장하여 한껏 위엄을 보이고 위세를 과시하던 왕은 겁에 질려 떨면서 그 나라의 모든 재사(才士)들을 들게 하라고 명하고 그들에게 “저 글을 읽고 뜻을 풀어주는 사람은 자주색 도포를 입혀주고 금 목걸이를 걸어주며 이 나라에서 셋째 가는 높은 자리에 앉혀주리라”고 선포하였다. 그러나 아무도 그 뜻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더욱 겁에 질린 왕은 한 권유를 받아들여 타국에서 끌어온 포로 신분의 인물을 들게 하여 그 포로가 왕 앞에 섰다. 저 글은 “교만한 자에게 주는 하늘의 경고입니다. 음(音)은 ‘므네 므네 드겔 브라신’이고, 그 뜻을 살피면 ‘므네므네’는 왕의 나라의 햇수를 세어보고 마감하였다. ‘드겔’은 왕을 저울에 달아보니 무계가 모자랐다. ‘브라신’은 왕의 나라를 ‘메데’와 ‘페르샤’에 갈라준다는 뜻입니다”라고 풀이하였다. 왕의 심기는 몹시 불편해 졌다. 그러나 왕은 약속대로 그를 그 나라의 셋째 가는 높은 사람이라고 공표하였다.
너나 없이 우리 모두는 국가의 사회의 가정의 일원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다. 그런데 우리는 므네므네 나날이 햇수가 더해간다는 현실이 생의 마감을 향한 길임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아무런 준비 없이 지내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또한 저울에 달아보니 무게가 모자랐다는 ‘드겔’의 의미를 심각하게 생각하여 이 세상에 살았던 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남겨야 할지를 생각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어떤 일을 하든지 종사하는 분야에서 햇수가 더할수록 발전하고, 따라서 공헌하는 바가 있어야 하며, 그 결과는 보이지 않는 저울에 의해 매일 계량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벨사살’왕은 교만하여 전혀 예기치 못한 때에 하느님의 경고를 받고 ‘다니엘’을 통해 그 뜻은 깨달았지만 햇수에 비해 무계가 모자랐던 그는 경고받은 그 날 밤, 살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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