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해괴한 ‘미친 소 병’에 관한 일들

2008-05-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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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논설위원)

세상이 아무리 어지럽게 돌아가도 지구는 돌아간다. 태양은 뜬다. 아기는 태어난다. 살 사람은 산다. 천지개벽이 일어난들 지구가 깨지겠나. 그대로 돌아가는 지구의 의연한 모습. 살아 있다. 숨 쉰다. 태양은 지구의 어머니. 어머니의 품이 뜨겁다. 지구는 땅과 하늘, 모든 생명의 어머니.
태양이 지구를 따뜻하게 품어준다. 땅 위의 생명과 죽음까지도 얼싸 안는다.

무엇이 문제인가. 왜들 이리 난리인가. 태양이 지구를 품어 주듯 서로 품어 주면 될 텐데. 감싸 안으면 될 것을. 지구의 동쪽, 반도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해괴한 ‘미친 소 병’에 관한 일들. 반만년의 자랑스러운 역사. 새 정권. 새 역사의 펼쳐짐. 진통이 왜 없으랴만. 태양 스스로 불을
살라 지구에 따뜻한 온기를 보내주듯, 어머니 같은 보살핌이 한반도엔 필요한 것 같다.너 죽고 나 죽고가 아닌, 너도 살고 나도 함께 잘 살아가는 윈윈 게임.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그렇게 하여 이렇게 됐냐고, 따질 건 따지고 답할 건 답하더라도 합리적이며 미래지향적어야 한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정책과 대안을 내놓으며 함께 망할 궁리가 아닌, 함께 살 궁리를 해야 한반도가 희망으로 차게 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도 있다. 백성이 있어야 임금 노릇 할 수 있다. 백성이 없는데 임금이 무슨 소용이냐. 맞다. 하지만 나라가 망하면 백성도 망한다. 나라가 있어야 백성도 안심하여 살아 갈 수 있다. 나라가 먼저 우뚝 서야 한다. 나라마다 국익과 국방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친 소 병’, 즉 광우병이 나라를 망치는 망국병으로 확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자의 아닌 타의에 의해. 힘이 없어, 한반도의 허리는 싹둑 잘려 ‘광우병’이 아니더라도 아파왔다. 남과 북이 서로 적이 되어 통증이 더 심해 왔다. 땅이 작아 한반도. 땅 크고 힘 많은 강국들. 그들 욕심의 밥이 되어 백성의 혈세로 조공을 바치며 지나온 반만년. 아직도 한반도는 조공을 면치 못하는가. 강국들 눈치 보며 나라살림을 꾸려 나가야 하니 그렇다.

눈치 안보고 나라 살림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서로 속국이 되지 않는 조건으로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남한, 북한이 다 한 나라가 되어 오순도순 사는 길인데. 천지개벽이 된들, 그게 어디 그렇게 될 수 있겠는가. 그렇게만 된다면 6자회담이니, 북 핵이니, 광우병이니, 무비
자니, 파병이니, 좌파니, 우파니, 테러니 등등, 그런 거 다 신경 안 써도 될 텐데. 소가 미친병에 들린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미쳐간다. 나라가 미쳐간다. 세상이 미쳐간다. 너 죽고 나 살아야 된단다. 한반도 남쪽이 ‘미친 소 병’ 파동으로 어린아이들마저 뛰쳐나와 촛불을 켜 나라를 밝히려고 한다는 등 온통 소란이 끊이지 않자 북쪽은 미소 지으며 남쪽 나라 망
하길 기다리고 있는 듯도 하다. 남의 지난 10년간 멍이 들은 자국에 그 멍이 채 낫기도 전에.

지구는 그래도 돌아간다. 태양도 변함없이 따뜻한 햇볕을 한반도를 포함한 모든 곳에 보내며 상생의 길을 열어보라 한다. 남도 살아야 하고 북도 살아야 한다. 모두가 다 살아야. 너도 살고 나도 살아야 한다. 누이 좋고 매부도 좋아야 한다. 뽕도 따고 님 도 보아야 한다. 한국도 살아야 하고 미국도 살아야 한다. 세상이 다 함께 잘 살아야 한다. 2억 수천만 여명이 살고 있는 태평양 건너 미국이란 나라. 쇠고기 아무 탈 없이 먹으며 백성들 건강하게만 살고 있다. 나라님이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렇다면 미국의 백성들이 먹어 아무 탈 없는 고기를 한반도 남쪽 백성들이 먹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없다. 그러나 있었다.

한·미 정상회담 하루 전 타결된 쇠고기 수입개방. 너무 졸속이어 주권도 포기한 상태 같았다. 지난 건 지난 거다. 이제는 봉합 치료할 때다. 한 보씩 양보할 때다. 한반도 북에 있는 배부른 사람들과 남에 있는 한쪽 기울어진 사람들이 날 뛰고 좋아하게 해서는 안 될 때다. 모두의 상생을 위해 공통분모와 집합을 만들어 낼 때다. 이래도 태양은 뜨고 저래도 태양은 뜬다. 누가 지고 이기든 지구는 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나 돌아가는 지구의 품엔 함께 편승할 때다.

지구 동쪽 한반도의 반이 몸살 같은 풍랑을 만나고 있으나 더 낳은 곳을 항해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바람이 가시면 곧 잠잠해 진다. 그리고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 태양은 떠오르고 지구는 돌아가고 역사는 반복되기에 그렇다. 섬김의 자세로 백성을 섬기겠다고 한, 지도자의 초심이 변
치 않게 되기만 바란다. 정치인들은 더 이상 ‘미친 소 병’으로 나라를 어지럽히지 말기 바란다. 백성 모두는 상생의 길로 나아가기 바란다. 지도자는 아무리 큰 파도가 일더라도 키를 놓치지 말고 몸살 같은 풍랑을 잘 참아 넘어야만 한다. 오늘도 내일도 태양은 뜨고 아기는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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