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 반항

2008-05-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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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 주(코너스톤 상담센터)

“우리 아들은요, 어릴 때부터 대학 졸업할 때까지 사고 한번 치지 않았고 성적도 항상 상위권에, 그리고 부모에게 한번도 반항한 적 없는 애였어요. 그런데 그 녀석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바뀔 수 있는지 저는 믿을 수가 없어요. 제 생각에는 그 녀석 여자친구가 문제인 것 같아요. 그 녀석이 이렇게 엄마 말을 거역하면서까지 그 여자친구를 만날 애가 아니라구요”
사랑하는 아들의 갑작스런 반항은 50에 가까운 이 엄마를 상당히 당황스럽고 분노하게 만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녀는 친구의 권유로 감정조절을 위해 상담소를 찾았지만 모든 문제는 그 누구 것도 아닌 아들의 여자친구에게 돌리고 있었다.

내담자의 아들은 사춘기 시절에 겪어야 했던 정서적 성장과 감정적 표현의 자유를 누릴 시간조차 없었고, 올바른 친분 교류나 조직성을 통해 독립된 정체성을 키울 수 있는 단계에서 부모의 완전한 통제 속에서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부모의 조정에 따라야 했던 것이다. 부모와 충돌 없이 잘 자라주고, 좋은 학교에 가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라고 배운대로 실행해 온 것이다.


부모 눈에는 이유없는 반항으로 비춰지는 사춘기적인 반항을 해 볼 여유조차 없었던 생활이다. 독립적인 자아를 키우기 위해 10대를 지나면서 많은 청소년들은 부모와 충돌을 겪게 된다. 부모가 말하는 것을 귀담아 듣고 이해하려 하지 않고 기를 쓰고 반대 입장을 표한다든지, 아니면 대화의 창을 닫고 무언으로 시위를 하곤 해서 부모를 답답하게 하는 때가 많다.
내담자의 자녀는 이 모든 것이 대학졸업 후 부모로부터 독립을 한 후 자유시간을 가지고 사회생활과 사랑하면서 처음으로 부모와 충돌을 맛보게 된 것이다. 이 때늦은 반항기가 부모에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배신감으로 돌아왔고, 내담자의 아들은 예전같지 않게 부모에게 반기를 들고 현재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에 대한 조금의 언급도 허용 않고 화를 내며 대화를 단절시켜 부모를 당황케 했다.

내담자는 아들의 반항 때문에 인생의 의미와 목표조차 잃어버리고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가야 할지 몰라 큰 혼동에 빠져있었다.상담을 통해 아들의 독립적 자립을 기뻐하고 아들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자녀가 충분한 감성적, 인간관계적 교류를 통해 성장해서 참 자아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부모와 자녀 관계가 더이상 상하관계 일방통행이 아니라 믿음과 사랑 속에서 서로를 신뢰하고 개인의 참 자아를 인정해주며 지지해 주는 관계로 발전시켜야 했고 내담자는 자녀 양육이 자유함과 통제가 잘 어우러진 조화속에서 자녀의 인생에 목표가 올바르게 충족될 수도 있도록 끊임
없는 사랑을 주지만 상호간의 건강한 거리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워나갔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 본인의 인생 목표와 자녀의 인생 목표가 뚜렷하게 구분되어야 하고, 그것이 각각 달리 존재하며 친밀한 관계 속에서 서로의 목표가 성취될 수 있도록 존중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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