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반대 쪽에서...

2008-05-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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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부장)

관객들이 영화를 얼마나 감명 깊게 봤는지는 영화의 마지막 자막이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이 나올 때 알 수 있다. 단순한 오락성 영화는 영화가 끝나기 무섭게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로 향하지만 감동을 주는 영화를 본 관객들은 배우들의 이름이 음악과 함께 화면에 비춰질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명화의 끝을 아쉬워한다.

최근 그런 감동적인 영화 2편을 DVD로 봤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아버지의 깃발’(Flags of Our Fathers)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Letters from Iwo Jima)는 지난 1945년 세계 2차 대전 당시 미군 8만여 명의 이오지마섬 상륙작전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같은 소재와 상황을 놓고 ‘아버지의 깃발’은 미군의 입장에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일본군의 입장에서 다룬 명화이다.특히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에서 일본군들이 ‘비록 이 곳에서 전사하더라도 우리의 후세들은 야스쿠니신사에서 우리를 숭배할 것’이라고 외치며 자살하는 장면은 한국인들에게 있어서는 거슬리면서도 순간적인 휴머니즘을 느끼게 해준다.두 영화가 기자의 마음에 와 닿았던 이유는 영화의 줄거리나 소재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조금만 열고 반대쪽 입장에서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이 세상의 불필요한 오해나 비극의 절반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요즘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우려라는 표현보다는 규탄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마치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직방으로 광우병에 걸린다는 식의 주장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름을 처음 들어본 한 연예인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입 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겠다”고 말해 헤드라인에 오르기까지 했다.

한국에 살고 있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맛과 품질 면에서 당연 최상급인 한우도 있는데 왜 굳이 광우병 위험이 0.1%라도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야 되는가? 값싼 미국산 쇠고기와 곡물이 수입되면 대한민국 농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가? 등등....

그러나 제대로 된 정보의 뒷받침 없이 과격한 논조로 민심을 뒤숭숭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잘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까?취임한 지 3개월 된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기 전에 왜 그가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동의
할 수밖에 없었을까 생각해보는 것이야말로 선진국 대열을 희망하는 국가의 국민으로서 가져야 될 마음가짐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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