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들끓는 한국의 쇠고기 파동

2008-05-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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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모든 일에 있어서 지나치면 아니 한만 못하다. 한국에서 최근 일고 있는 광우병에 대한 촛불시위나 쇠고기수입 반대 데모는 미국에서 사는 사람들의 눈으로 보았을 때 지나친 우려와 행동으로 비쳐진다.

물론 모든 식품에는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조건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식품과 의약품의 관리에 있어서 가장 엄격한 나라가 미국이다. 한 때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한 일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광우병은 유독 미국에서만 발병한 게 아니라 전 세계 도처에서 생겨났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식품청의 강력한 조치로 이 문제를 즉시 해결했다. 이런 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미국 밖에 없다. 다른 나라에서 생긴 광우병 문제는 그 문제가 해결될 때 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만일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한국에 수출한다 할 것 같으면 그 쇠고기는 한국 사람만 먹이려고 일부러 수출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사람보다도 고기를 더 선호하는 미국의 수많은 국민들도 이 쇠고기를 먹는다. 그러면 미국인들은 모두 쇠고기 때문에 광우병에 걸렸을 것
이다. 곰탕이나 설렁탕 같은 것은 소뼈로 만드는 국물이다. 그러면 미주지역의 식당에서 곰탕이나 설렁탕을 먹은 사람들은 모두 광우병에 걸렸을 것 아닌가. 이 거대한 미국에 사는 한인들 가운데 그동안 곰탕을 먹으면서 광우병을 걱정한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한국의 쇠고기 수입 반대자들이 광우병 문제보다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으로 들어감으로 해서 농민들에게 경제적으로 피해를 준다 하는 이슈를 주장할 것 같으면 그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런 문제라면 한미 간에 무역협정을 분명히 재검토해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정당한
무역협정 아래서 어느 양국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무역이 이루어진다면 별 손해날 일은 없다. 국가 간의 무역이라고 하는 것은 이제 전 세계 어느 나라든 피해갈 수 없는 하나의 생존방식이기 때문이다.

FTA 무역협정을 주도한 한국의 관리들은 미국에서 협정에 나선 관리들 보다도 경험이나 지식혹은 상식 면에 있어서 상당 부분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사람들이 한국을 대표해서 경험 많고 지식 많고 어느 길로 가야 자국에 이익을 얻어낼 수 있나 하는 사실을 너무
도 잘 아는 미국 관리들을 상대로 무역협정을 했다고 하는 것은 한국정부에서 재고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광우병이 아니고 무역협정에 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처음에 체결했던 사항을 여러 번 수정해 가면서 지금까지 온 것이다. 그런데 수정을 할 때마다 미국이 내놓은
조건에 한국 측에서는 항상 굴복했다. 거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즉 한국 측 대표들이 경험도 없고 지식도, 상식도 없는 게 문제라는 점이다. 협상 때 미국 측의 대표단을 보면 심지어는 쇠고기 업자도 그 곳에 끼어 있다.

그런데 한국 측에서는 책상에 앉아 사무만 보던 관리들만 동
석했다. 그러니 실질적인 면에서 미국이 어차피 실 이익을 위한 승부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광우병 문제는 사실 남들이 보기에 부끄러울 정도의 데모다. 미국 측에서 보면 얼마나 한심하고 코웃음을 치겠는가. 그럼에도 본질은 외면하고 연일 ‘우’ 하는 군중심리로 나라 전체가 들끓고 있으니 참으로 보기에 딱한 노릇이다. 국민들이 광우병에 대해 그렇게 우려감이 있으면 무조건 쇠고기는 광우병의 원인이라고 매도하기 보다는 수입기준에서 보다 더 강력한 조건의 협상을 정부 측에 요구하는 그런 시위를 벌이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공연히 선량한 학생들이나 시민들을 선동해 이를 왜곡하거나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려 드는 것은 나라를 위해하는 일이다. 보수와 진보, 반미세력으로 나뉘어져 감정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 마치 지난 2002년도 미군 장갑차에 치어 죽은 효순. 미선이 사건 때처럼 사건의 진위는 제대로 파악치 아니하고 무턱대고 미군의 잘못으로 매도하고 반미데모나 촛불집회 같은 시위를 벌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 본질을 넘어선 시위는 누가 뭐라 해도 설득력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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