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富)를 잡은 이들

2008-05-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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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선(전 하버그룹 수석부사장)

한국에 새로 들어선 정부에 대통령은 물론 고위공직자와 청와대 인사들까지 ‘부’를 겸비한 사람들이 들어와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꽤 여유있고 풍요한 사람들이니 자기들 앞에 즐비하게 널려져 있는 이권에 눈이 머는 일은 없겠거니 했던 내가 무척이나 어리석었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장관이고 국회의원이고를 막론하고 자리만 잡았다 하면 그 굶주리고 고팠던 배를 채우느라 혈안이 되어 갖가지로 치부(?)하면서 고종사촌까지 팔자를 고쳤던 정치꾼들을 많이 보아왔다. 하기야 오랜 야인생활을 하다가 간만에 높은 자리에 앉게 되면 벼라별 탐욕과 유혹이 어찌 없을 수야 없겠지만 기회를 놓칠새라, 배추꼬리 뚝 잘라먹듯 가차없이 부를 챙겼던 수없는 사람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래서 앞으로의 정치인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이 나와야 그렇게 해먹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었다. 그러기에 이번 새 내각에 입성한 고위공직자들이나 청와대 인사들이 그래도 잘 나가는 사람들이기에 안도해 본 것이었다.


전부가 몇 명인지는 몰라도 줄잡아 이중에 15명은 부정하게 ‘부’를 잡은 사람들이라니 어찌 된 일인가. 이들도 이들이지만 추천되었다가 인사청문회까지도 못 가보고 탈락, 아니면 사퇴한 사람들의 사연들도 가관이었다. 고등교육까지 받고 사회에서 난다 뛴다 하는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추한 변명은 뻔뻔스러웠고 모든 국민을 무식한 백성으로 여긴 것이나 다름없이 불유쾌하게 들렸다.투자하려고 반칙으로 집을 사들이고 농지를 사들이고도 어떻게 자기는 몰랐다고 할 수가 있는 것이고 불법, 탈법, 그리고 비리와 편법으로 땅을 샀으면서도 나는 법에 어긋나는지 몰랐다고 무식한 척하는 이도 있었으니 더욱 한심하다.

어떤 이들은 같이 사는 부부가 1,2만원도 아닌 수 천만원, 수 억원을 썼으면서도 남편은 부인이 한 일이라 몰랐다. 부인은 남편이 한 일이라 몰랐다는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으니 이들은 부부끼리 의논은 고사하고 아예 대화도 안 하면서 사는 위장결혼한 부부들인가? 내야 될 세금을 버젓이 안 내고도 나는 몰랐다 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장관을 하겠다, 청와대 수석을 하겠다고 얼굴을 내밀거나 아니면 국회의원 출마하는 가증한 태도들, 범법을 하고도 어떻게 법을 어기는 잘못인줄 몰랐다고 할 수 있는지, 참으로 수준 이하의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내국법의 허약점을 이용해 얼굴도 붉히지 않고 막대한 부를 챙긴 장관도 있으니 무엇이라고 할 말이 없다.

이런 사람들을 기용해서 아직까지도 버젓이 끼고 있는 정부도 그렇다. 범법 사실이 나왔으면 즉시 조치를 취해야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것이 아닌가. 한 사람 나갔으니 이제 고만하자고 덮어두는 정부가 어찌 앞으로 올바른 정치를 해나갈 수 있을지 한심하다.
BBK 사건을 보면서 이제는 해먹는 기술도 고도화 되었고 무척 지능적이 된 것이 아닌가 했는데 하는 소리를 들어보면 정작 속물들 같았고 지저분하기가 그지없었다. 현직에 있는 높은 사람들 중 얼마는 당연하게 1년에 2~3억씩 자산을 불려왔다고 하니 미국 돈으로도 1년에 20~30만 달러씩 재산이 증가했다는 말이다. 4,5년 안에 100만 달러 이상씩을 불려왔다는 말이다.

여기에 살건, 한국에 살건 우리 보통사람들로서는 상상도 안되는 액수임에 틀림없다. 그것도 합법적으로... 사회 경제구조의 큰 허점을 이용해서가 아니라면 이들의 머리가 무척 좋은 것임에 틀림없다. 바로 이들이 한국 인구 4,500만의 5% 안에 들어있는 선택된 계층의 사람들이고 이들로 인해서 한국의 평균 개인소득이 연 2만 달러라는 숫자가 나오게 된 데에도 공헌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7년 후쯤 국민소득을 4만 달러로 올린다는 계획이 정작 이루어진다 해도 지금껏 해온 식으로라면 4만 달러는 하등 의미없는 숫자에 불과할 것이다.

노정권 5년 동안 7번씩이나 부동산 법을 바꾸면서도 안정되지 않았던 와중에 이들 고위공직자들이나 청와대 인사들은 갖가지 비리와 편법으로 부’를 챙겼으니 갈팡질팡했던 국민들만 어리석었던 것같이 생각된다.
5년 후 2014년에 다음 새 정부가 들어설 때에만은 이런 식으로 ‘부’를 잡은 이들이 다시는 고위직에 나타나지 않는 바르고 건전한 정치풍토가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바램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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