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

2008-05-0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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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지난 달 27일 뉴저지 마와에서 약 100명이 참가한 ‘다임 행진(March of Dime)’이 있었다. ‘다임 행진’이란 1938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시작한 모금 행진으로서 소아마비 어린이를 돕는 운동이다. 그 후 이 행사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어린이의 각종 병을 돕는 큰 연례행사로 발전하였다.

금년 뉴저지의 ‘다임 행진’은 작년 12월 생후 17개월만에 사망한 엘라 아브람슨 양을 추모하는 특별한 의미를 곁들였다. ‘다임 행진’은 참가자가 6마일 걷고 성금을 모으는 행사로서 어린이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랑 실천 운동이다.한국의 ‘어린이 날(5월 5일)’은 법령으로 공포된지(1956년) 반 세기가 넘어 이제는 한국인의 생활 속에 정착된 듯하다.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가족 휴일이니 얼마나 좋은 전통인가!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이고 희망이다. 어린이는 가장 놀랍고 아름다운 피조물, 그들의 말의 식욕과 원자탄의 에너지와 고양이의 호기심을 가졌고 독재자의 허파와 시인의 상상력도 지녔다.


어린이는 모두가 천사이며 예술가이다. 그들은 참새와 이야기하며 별 나라를 왕래하고 꽃과 사귀며 나비와 함께 춤을 춘다. 어린이는 제비꽃의 부끄러움과 사냥개의 담대함과 분화구의 정렬도 가졌다. 그들은 놀라운 마술사, 당신이 아이들을 골방으로 내쫓을 수는 있으나 당신의 심장으로부터 밀어낼 수는 없다. 당신이 그들을 부엌과 서재에서 추방할 수는 있으나 당신의 마음으로부터 떼어놓을 수는 없다. 아이들은 당신의 포수(捕手)이며 간수(看守)이며 보스(boss)이다.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를 시끄럽게 듣는다면 그 귀가 타락한 것이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만큼 더 평화로운 음향이 이 세상 어디에 있는가! 어른의 웃음소리보다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훨씬 아름답다. 교회 건물을 함께 쓰는 미국 노인이 한국 아이들이 떠드는 것을 바라보며 귀엽다는 표정으로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다”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정말 어린이를 잘 이해하는 분이라고 생각하였다. 시인 타고르는 “모든 아이는 아직도 신이 인간에게 절망하고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품고 태어난다”고 하였다. 예수님이 아이들을 축복하신 것은 그들 속에 밝은 내일의 소망과 하나님의 나라를 보셨기 때문이다. 아이는 남자와 여자가 사랑해서 이룩하
는 오직 하나의 진실, 너와 나의 계승자, 미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이다.

어린이는 사랑받기 위하여 태어났다. 그들은 우리의 보람, 때 묻지 않은 보화, 우리의 계획과 정책을 현실로 만들 내일의 주인공이다.어린이 헌장은 미국에도 있고 유엔에도 있지만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이 짧지만(모두 11조) 잘 된 것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그 중 몇 조항만을 읽어보자. “어린이는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속에 자라야 한다”(1조)고 되어 있다. 어린이라는 꿈나무의 토양은 따뜻하고 사랑이 듬북 주어지는 가정이다. 싸우는 가장, 억압적 분위기의 가정에서 내일의 꿈나무가 바르고 아름답게 자랄 수는 없다. “어린이는 해로운 사회환경과 위험으로부터 먼저 보호되어야 한다”(8조)는 말도 나온다. 이 헌장이 제정된 1957년과 50년 후인 오늘과는 ‘해로운 사회 환경’이란 면에서 하늘과 땅의 차이로 벌어졌다. 학원폭력, 환각제, 조기 성경험, 담배, 해로운 TV 장면 등 옛날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환경들이 아이들 앞에 도사리고 있다.

“모든 어린이가 차별 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니고 나라의 앞날을 이어나갈 새 사람으로 존중되며, 바르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하자”고 어린이 헌장 전문(前文)에서 말하고 있다. 완전한 인격체로 어린이를 존중해야 하고 그들의 양육 방향은 ‘바르고 아름답고 씩씩하게’로 되어 있다. 도덕적으로는 바른 인간으로, 정서면에서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의지와 행동 면에서 용기있고 정의로운 시민으로 키우자는 뜻이다.

아이가 태어날 때 거의 모든 부모는 그 아이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정상적이기를 기원한다. 즉 평균 수준을 감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커갈수록 부모의 욕심은 정상과 평균치 인간에 만족하지 않는다.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의 그 기원과 감사를 오래오래 지속할 수 있는 부모만이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가진 부모의 자격자이다. 웨인 다이어 박사는 미국 어린이의 자살률이 지난 20년 사이에 400% 증가했음을 염려하며 그 가장 큰 원인은 아이들의 부모의 욕심과 기대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아이들을 너무 떠밀어서는 안된다. 사랑은 기대가 아니고 협조이다. 바람직한 환경을 최대한도로 만들어 주는 것이 사랑의 구체적인 방법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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