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함께 사랑한다는 것

2008-05-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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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길(수필가)

최근에 특별한 책 한권을 보았다. 오수영 신부, 법륜스님, 최일도 목사가 공동으로 쓴 ‘사랑한다는 것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라는 수상집이다. 세상의 상식으로는 함께 자리를 할 수 없는 세 분의 생각을 함께 묶었다는 것이 우리의 흥미를 끌게 한다.

내 주장만이 옳고 내가 믿는 종교만이 제일이라고 고집하며 남의 생각은 들을 필요도 없고 남이 믿는 종교를 배척하고 비방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도처에서 대립과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세 분의 글 속에는 사랑과 나눔과 신앙의 실천이라는 공통점이 흐르고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머릿글에서 오수영 신부는 ‘이 책은 세상물정에 어두운 종교인들의 세상 읽기’라 하였고 법륜스님은 ‘자신의 신념과 사상을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신념과 사상도 존중되어야 한다’라고 하였으며 ‘루터와 칼빈의 종교개혁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아픔이었다. 교회다운 교회의 모습이 그 때 완성된 것이 아니라 아직도 개혁 중이고 끝없이 개혁될 수 밖에 없는 신앙의 몸부림 자체’라는 최일도 목사의 말에는 크게 공감이 갔다.
처음 오수영 신부의 글에서는 우리도 느끼고 있는 한국사회의 실정을 ‘사람들의 윤리와 가치관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막가는 것처럼 보인다.

가장이 잘못하면 집안이 망하듯이 리더가 잘못하면 나라가 풍비박산 난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파렴치한 사건에는 늘 비양심적이고 비도덕적인 사회 지도층 인사가 연루되었다’고 하였다. ‘진정한 리더십은 봉사와 헌신에서 나온다. 이 봉사와 헌신이라는 것은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는 얻을 수 없다’고 하였다.

‘현대인들은 자본주의 문명의 이기심과 경쟁의 논리가 조장하는 왜곡된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현대인들이 추구해야 할 종교적 본질적 가치는 사랑은 더하고(+) 희망은 나누는(÷) 일이다’라고 하였다. 또 오수영 신부는 종교인들에게도 일침을 가했다. ‘비종교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종교의 이름으로 싸움을 벌린다. 성(聖)의 빛으로 속(俗)의 어두움을 몰아내야 하는데 요즈음 성직자들은 속의 어둠으로 성의 빛을 가렸다’고 하였다.

법륜스님과 오수영 신부의 글 가운데는 성서나 불교 경전의 유사점을 자주 인용하였다. 어디로 가든지 진리의 길은 같은 길에서 만나는 것일까.
법륜스님의 글에는 ‘진리를 추구하는 수행자는 물질의 노예가 되지 않고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또 ‘부처는 권력을 좇는 것은 칼날에 묻은 꿀을 빠는 것처럼 위험하다’고 하였다. 법륜스님은 ‘사회적 약자를 끌어안지 못하는 사회는 당연히 혼란스러워진다. 그래서 혁명이나 갈등이 생긴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최일도 목사의 글에는 ‘교리를 사랑의 진리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에는 계속되는 분열과 논쟁만 있을 뿐이다. 교리가 율법이 되면 생명과 사랑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주장을 펼친다. ‘나부터 할 수 있는 일부터, 작은 일부터, 하다 보면 세상은 조금씩 변해간다’는 말에 감동 받았다. ‘네게 고난이 다가올 때, 어려움이 있을 때 더 큰 세계를 바라보아라. 현실문제에만 매달려 안달하는 사람은 더 큰 지평을 가질 수 없다’ 최목사의 글은 서간체 형식으로 설득력 있게 쓰여졌다.

우리는 이제 달리는 것을 잠시 멈추고 이 책 한 권을 보면서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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