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션 벨 총격사건과 한인사회

2008-04-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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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 벨 총격사건에 대한 경찰들에 무죄평결이 내려지면서 긴장이 고조되던 흑인사회 분위기가 크게 비화되지 않고 있어 다행이다. 결혼을 앞두고 총각파티를 마치고 나오던 흑인 션 벨에게 50발에 달하는 무차별총격을 가한 경찰 3명에게 지난 주말 뉴욕주 퀸즈 지방법원이 무죄를 선고한데 대해 흑인사회가 불만을 품고 강력 반발할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흑인사회와 인권단체들은 이번 주 법원판결에 불만,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일 계획을 갖는 등 파문이 확산되자 뉴욕시경이 폭동에 대비, 비상경계에 돌입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흑인사회에서 크게 우려할 만한 사건이 발생되지 않고 있다. 이를 보면서 지난 1992년도 LA에서 흑인 로드니킹이 백인들에 의해 무차별구타를 당한 사건을 보고 분개한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켰던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흑인사회 인근에 접해있던 이유로 한인사회가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어 죽어라 일구었던 한인상가가 폐허로 돌변했다. 이 끔찍한 재난 앞에 한인들은 모두 할 말을 잃고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요행히 아직까지는 뉴욕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이것은 흑인사회와 여러 소수민족들이 연합해 그동안 서로 친목을 도모하고 관계를 돈독히 해왔기 때문이다. 한인사회도 지난 10여 년 전부터 타 인종들과 특히 흑인사회와의 관계개선에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아 왔다. 이전에는 한인사회가 이들과의 관계에서 너무 유리돼 있어 흑인들로부터 많은 오해를 샀던 게 사실이다.


한인은 흑인사회에서 돈만 벌어 저희들만 고급동네에서 살고 고급차를 타고 다니며, 흑인사회에는 환원도 하지 않는 인종으로 보아 왔다. 그래서 크고 작은 문제가 한인들이 많이 장사하던 브루클린이나 브롱스 같은 곳의 가게에서 이따금 발생했다. 일찍이 우리는 흑인과의 사이에서 일어난 마찰로 브루클린의 처치 애비뉴 사태, 퀸즈 자마이카와 맨하탄 소호의 흑인 시위 같은 사건을 경험한 바 있다. 이는 모두 고객과의 사소한 말다툼이 비화돼 번졌던 사건이다.

이런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한인 각 단체가 나름대로 그 이유를 분석하고 타민족 사회와 함께 대책을 마련하고 하여 지금까지 한인들과 흑인과의 사이에서 특별한 마찰이 일어나지 않았다. 만일 우리가 그들과의 관계에서 그들이 감정을 유발할 만한 요소를 건넨다면 그들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생각하며 이제까지 잘해온 것처럼 사소한 말이라도 항상 조심해야 하며 마찰이나 갈등을 일으킬만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번 션 벨 사건이 우리와 비록 관계가 없지만 흑인과 한인과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한인들은 앞으로도 계속 흑인과의 관계에서 마찰이나 갈등해소를 위한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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