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생 40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져야

2008-04-2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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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한민족포럼재단 사무국장)

우리는 흔히 마흔이 넘은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을 대강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링컨은 “인생 40이면 누구나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는 한 사람의 얼굴은 그 사람의 겉모습일 뿐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담아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흔이 넘은 얼굴은 그 사람의 ‘인생 이력서’와 같다고도 말하는 것이다.

특히, 옛 사람들은 ‘용모(容貌) 80’이라고 했다. 이 말은 곧 한 사람의 얼굴 모습만을 보고도 그 사람의 인격과 품위를 8할 정도 짐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고사성어도 있다. 사람에 대한 정보력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어떤 사람을 채용하고자 할 때, 먼저 신체(곧 용모)와 언어, 그리고 필적과 판단력으로 그 사람됨을 판단했다고 하는데 이것 역시 용모가 가장 우선순위에 올라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얼굴 하면 얼핏 관상과 연결지을 수도 있지만 관상과 얼굴은 같은 맥락이면서도 다소 차이가 있다.


관상이 이목구비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살피는 영역이라면, 얼굴은 한 인격체에서 품어져 나오는 기운과 이미지의 영역을 말한다. 또한 관상은 그 사람의 장기적 운세를 천명할 때 참고하는 부분이고, 얼굴은 한 사람의 삶의 전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판단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옛 말에 ‘귀 잘생긴 거지는 있어도 코 잘생긴 거지는 없다’ 또 ‘코 잘생긴 거지는 있어도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은 모습의 거지는 없다’고 했다. 여기서 귀와 코는 타고난 것, 즉 관상의 영역이다. 하지만 포근한 미소는 다듬어지고 길러진 내면에서 우러나는 얼굴의 영역인 것이다.

이처럼 사람의 얼굴은 산천을 따라 굽이굽이 흐르는 강줄기처럼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가장 진솔한 한 인간의 삶의 작품인 셈이다.이미 작고한 삼성의 창업자인 이병철씨가 살아생전 삼성의 신입사원 채용이나 간부직원 승진과정에서 일정 부분 사람의 얼굴 모습을 참고하였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이병철씨가 선호했던 것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잘 생긴 사람이 아니라 ‘단정(端正)한 모습과 포근한 느낌을 주는 그런 얼굴’이었다고 한다. 단정한 모습은 정직하고 부지런하며 배신을 하
지 않고, 포근한 얼굴은 인재를 아끼고 품을 줄 알기 때문에 선택의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사람이 사는 보람과 삶의 가치는 진정한 자기 모습(얼굴)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특히 인생의 역경을 헤쳐나가는 문제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 참으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기 정체성을 자각하는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어느 대학을 나와 지금 무슨 일을 하는 누구이다’라고 말하기 보다 ‘나는 어떤 꿈을 가지고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당당하게 ‘자기 얼굴’인 정체성을 소개할 수 있어야 한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이 자기 명함을 버렸을 때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면 그는 정체성의 위기 상태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은 진정한 자아의 모습을 알지 못한채 외부로부터 주어진 학벌이나 돈, 명예라는 겉모습에 갇혀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지금 산과 들에는 봄기운이 만물을 소생시키고 있다. 이 싱그러운 봄날처럼 우리 모두 지금이라도 늦지 않을 저마다 자신의 얼굴에 당당히 책임을 질 줄 아는 그런 모습을 가꾸어 나가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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