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티베트 사태, 남의 일이 아니다

2008-04-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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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주필)

지난 달 10일, 라싸에서 시작된 티베트인들의 봉기를 중국이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티베트 사태는 세계적 항의에 부딪치고 있고 중국은 이에 대해 강력 대응을 하고 있다.

중국 올림픽 성화가 유럽에서 봉송 도중 탈취당하는가 하면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시위대의 방해를 받았다. 유럽 각국에서 개막식 불참을 결정하자 중국 전역에서는 이에 맞서 애국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티베트 사태에 가장 비판적인 프랑스에 대해서는 프랑스 상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인 중에서 조금이라도 외국인 편에 동조적인 사람은 매국노로 지탄받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화교들도 CNN의 티베트 보도에 불만을 품고 피켓시위를 벌였다. 중국의 인해전술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티베트가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중국내 소수민족의 하나이기 때문에 독립 요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티베트는 언어와 종교 등 중국과 다른 고유문화가 있고 영토도 서남쪽에 확연히 구분되어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몽고에 정복되어 처음으로 중국에 편입되었고 중국이 강할 때는 중국의 일부가 되었으나 약할 때는 독립을 유지했다.

티베트는 중국 공산통일 후 1950년 인민해방군에 점령되어 중국에 강제 합병되었으나 1959년 대규모 폭동을 일으켜 독립을 시도했다. 그러나 중국의 무력진압으로 폭동은 실패하고 달라이 라마는 인도로 망명했다. 이 때 티베트인 12만명이 학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은 그 후 1965년 티베트를 해체하여 절반은 티베트 자치구로 만들고 나머지 절반은 인근 각 성에 통합했다. 1989년 또 한 차례 대폭동이 발생했으나 유혈 진압됐다. 그리고 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달 10일, 라싸에서 봉기가 일어났는데 중국이 무력진압을 하면서 사태는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티베트 탄압에 대해 세계 여론이 비판적인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티베트는 원래 중국의 일부가 아니라 중국의 점령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는 상태이므로 독립을 주장하는 것이며 이와같은 요구를 무력으로 탄압하는 것은 야만적인 인권탄압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는 마치 일제시대에 우리 민족이 일으킨 3.1운동과 이에 대한 일제의 야만적 탄압과 흡사한 면이 있다. 그 당시 우리는 힘이 없었고 일본은 세계 열강의 대열에 있었기 때문에 국제적 지원을 받지 못했는데 지금 티베트와 중국의 관계도 또한 그런 모습이다.

이와같은 중국의 티베트 탄압에 대해 한국에서도 반대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북경올림픽 성화가 27일 한국내에서 봉송되는데 국내의 봉송자들이 중국에 항의하여 줄줄이 봉송을 포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의 성화봉송 반대행사가 계획되어 있다. 북한 인권단체와 보수단체들은 북경올림픽 성화봉송 저지 시민행동을 조직하여 저지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이다. 또 50여개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티베트 평화연대는 티베트 평화를 기원하는 평화의 성화봉송 행진을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중화사상으로 주변 국가를 점령하여 지배해 왔는데 역사적으로 우리는 그 대표적 피해자였다. 서양에서 17세기 영국을 선두로 시작된 제국주의에는 프랑스, 독일이 뒤따랐고 이어 미국, 러시아, 일본 등이 제국주의 대열에 참가하여 식민지 쟁탈전이 치열했다. 중국은 이 시기에 열강의 침략을 받아 사분오열의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공산통일로 사상 최대의 통일제국을 이룩한 중국이 개방 후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강대국의 위치를 바라보면서 거대한 인구를 배경으로 뒤늦게 제국주의의 꿈을 키우고 있다. 동서남북의 역사를 모두 자기네 역사로 편입시키고 징기스칸을 중국인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티베트를 자국내 소수민족으로 억압하면서 독립 요구를 탄압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와같은 사태는 우리의 현실문제와 매우 직결되어 있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발해 뿐 아니라 고구려와 심지어 고조선의 역사까지 자기네 역사라고 하는 이면에는 중국 제국주의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지금 한반도의 절반은 중국의 막강한 영향권 안에 들어 있다. 앞으로 한반도가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남북 대치가 계속된다면 북에 친중정권이 계속 집권하게 되고 따라서 북한이 중국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티베트와 같은 처지로 전락할 수도 있으며 이럴 경우 지금 티베트 상황이 우리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티베트 사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티베트를 무력으로 탄압하고 북한의 탈북자를 잡아서 북송하는 중국이 세계 대국으로 팽창하면서 중화민족주의가 부활하고 있다. 이것은 가공할만한 신제국주의이다. 우리는 이와같은 중국의 신제국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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