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결혼의 계절

2008-04-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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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예전에는 결혼식장에 가보면 신랑, 신부에게 하는 주례사에서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살라’는 말을 많이 듣곤 했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그런 축사를 들은 기억이 별로 없다. 툭하면 사네, 못사네 하는 소리가 많이 나오고 보니 결혼은 잘해도 끝까지 잘 살아주는 커플이 별로 많지 않기 때문일까?

실제로 이 시대는 어떻게 된 건지, 멀쩡하게 주례 앞에서 평생을 같이 하겠다고 언약을 해놓고도 언제 그런 약속을 했느냐는 식으로 갈라서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혹은 아이들을 낳고 한참을 살다가도 이혼을 제기하고 나서는 예가 적지 않다.
이런 추세로 요사이 한국이나 여기나 한국인의 이혼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옛날 같으면 보수적인 분위기에 이혼이라곤 상상도 못했던 한국에서 조차 이혼율이 거의 미국 다음으로 30%의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한다. 이러한 추세는 중국 같은 나라의 경우도 한국이나 일본 못지않게 갈수록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배우자를 경솔하게 선택, 신중치 못한 결혼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참다운 사랑의 결여가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런데도 요사이 젊은이들은 정작 중요한 인간의 가치관과 올바른 인생관 보다는 우선 상대방의 재력이나 능력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또 웬만큼 자기 생활 능력이 있는 경우, 결혼에 대해서 아예 관심을 갖지 않거나 포기하고 사는 젊은이들도 없지 않다. 그래서 적령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결혼은 인간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해야 하는 인륜지대사이다. 어차피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일 바에는 그래도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결혼한 사람 치고 끝까지 잘 사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후회해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서 주위에서 무덤덤하게 살거나 지지고 볶고 하는 것을 보면 “나는 저렇게 살지 않을 거야” 하면서 혼자 살기를 고집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그래도 인간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짝을 찾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추운 겨울날, 아니면 몸이 아프거나 고적함을 느낄 때 곁에 짝이 있고, 나를 지켜줄 가족이 있다면 얼마나 삶이 따스하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물론, 하는 것이 좋다, 나쁘다 하는 해답은 분명히 없다. 스스로가 살아보지 않고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누구도 모르는 것이 결혼이다.
눈물의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하고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한 것처럼 결혼을 해보지 않은 사람하고는 인생을 무어라 논할 가치가 없는 것이다.
추위가 물러가고 만물이 움트는 봄이 되면서 여기저기서 결혼을 알리는 청첩장이 날라들고 있다. 바야흐로 결혼의 계절이 시작되었나 보다.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겠다고 다짐한 이들 커플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허지만 이미 짝을 찾아 둥지를 틀려고 계획하고 있는 커플의 경우 관계가 없지만 결혼적령기가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짝을 못 찾았거나 짝 찾기를 포기한 젊은이들에게는 주위에 함께 인생을 같이 걸어갈 동반자가 없는 가 살펴보기를 권한다.

하지만 결혼은 무조건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남녀 모두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기본적인 능력과 매너 등 필수적인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맞선 또는 이성과의 만남에서 퇴짜 맞기 일쑤다. 요즈음은 사랑만큼 조건도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보니 배우자를 처음 만나 성공적인 결실에 이르기 위한 수칙으로 첫째, 첫 인상, 둘째, 상대방의 화제 파악. 셋째, 발렌타인 데이와 같은 기념일 공략, 넷째, 확실한 소신, 다섯째,상대방의 말을 기억한다 등 5가지를 조언한다.

결혼과 연애는 엄밀히 다른 것이다. 평생을 한 사람과 살아가는 것에는 많은 책임이 따른다. 언제까지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서로 맞춰가며 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그 것으로 되는 것이다. 그러자면 상대방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행복이란 깃털과 같아서 내 손 안에 있어도 그 무게를 느끼지 못하며 경솔한 나의 선택에 의해 쉬 날아갈 수 있다. 둘 중 하나를 택하고 난 뒤 나머지 하나를 택할 수 없을 때 오는 아쉬움과 후회,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할 바에는 차라리 후회할망정 결혼은 해보고 하는 것이 훨씬 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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