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체육회는 개점 휴업중

2008-04-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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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1부 부장대우)

뉴욕대한체육회가 요즘 개점 휴업상태다. 지난해 말부터 불협화음을 빚어왔던 김만길 회장과 부회장단간의 집안싸움이 끝내 심각한 내홍으로 빠져들면서 집행부는 물론 이사진도 거의 와해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전직 회장단들이 그간 중재를 해보려 백방으로 시도했지만 양 측의 대립은 이제 어떤 특단의 조치가 없이는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게 됐다는 게 체육회 안팎의 시각이다.

체육회 내분의 문제가 외부로 불거져 나왔던 발단은 지난 3월 부회장단들이 김 회장의 사퇴를 촉구한 기자회견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회장단들은 ‘김 회장이 임원진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김 회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주장하고 전직 회장단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새로운 체육회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부회장단들의 전격적인 기자회견은 김 회장이 임원진들이 뒷짐만 지고 있을 뿐 체육회 발전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2월29일부로 새로운 임원진과 이사진을 구성하겠다고 발표하자, 이에 반발하며 곧바로 열린 것이다.


결국 전직회장단들이 양측 중재를 위한 비상 모임까지 연 끝에 김 회장과 부회장단이 재정보고 절차를 조건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합의에 도달하면서 봉합되는 듯 했다. 그러나 체육회 부회장단들은 지난 11일 또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회장의 허위 재정보고 사실이 드러났다’며 사퇴를 재차 촉구하고 나섰으며 김 회장은 이에 ‘공금사용에 한점 부끄럼 없다’며 발목잡기를 계속할 경우 새 임원진을 구성하겠다고 맞대응하고 있다.
부회장단들은 특히 김 회장이 자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시 감사기관에 회계감사를 정식 의뢰는 물론 허위 사실 유포 및 비방에 대한 법적 해결책도 강구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중재에 나섰던 한 체육회 전직회장은 “거의 합의에 도달했던 상황에 그간 쌓여왔던 감정대립과 자존심 때문에 더욱 악화 돼버렸다”며 “특단의 대책 없이는 이번 문제 해결방안이 없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한 치의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리며 스스로 파국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이 같은 광경을 보는 체육회 가맹단체는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안타깝기 그지없을 것이다.

뉴욕대한체육회는 누가 뭐래도 뉴욕 일원 동포들의 생활체육 활성화를 담당하고 있는 최대의 한인 체육단체이다. 한창 후반기 사업 예산을 짜고 계획해야 할 시기, 집안싸움으로 이 같은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는 것은 비판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싸움이 길어지면 조직은 부실화되고, 체육회를 바라보는 가맹단체들의 믿음에도 금이 갈 수 밖에 없다. 내분을 겪고 있는 당사자들은 이 점을 얼마나 염두에 두고 있을 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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