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외국민 참정권과 교민청 설립은 필연

2008-04-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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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석(한미경제 발행인)

이명박 대통령이 뉴욕과 워싱턴DC 방문을 모두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여러 외교적 성과를 거둔 이 대통령에게 200만 미주한인들은 기쁜 심정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낼 것이다.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해외동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진 정치인이다. 그러나 지난 주 뉴욕동포 리셉션에서 그가 ‘재외국민 참정권’과 ‘교민청 설립’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
을 때 많은 한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중국적 문제와 참정권은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중국과 같은 정체성이 다른 국민도 있고 그 나라 정부는 대한민국에서 참정권 갖는 것을 문제삼는 나라도 있어 일률적으로 할 수가 없습니다. 신중하게 하되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이명박 대통령의 재외국민 참정권 발언은 우선 문제의 본질부터 잘못 이해했다. 이 대통령은 여기서 참정권과 이중국적을 한데 묶어 언급하는 오류를 범했다. 재외국민 참정권은 지난 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올 연말까지 법을 개정해야만 한다. 물론 참정권 범위는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국민, 즉 유학생, 지상사 직원, 외교관 그리고 영주권을 지니고 있는 재외국민이다. 해외 전체에 약 300만명 규모다.


이 참정권 부여 문제는 최고의 권위를 갖는 대한민국 사법부에서 결정한 것이므로 행정부의 수장이 ‘긍정적으로 검토’ 하고말고할 여지가 없는 문제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분명히 외국 국적을 지닌 재외동포와 한국 국적을 지닌 자국 국민을 구별하지 못하고 ‘무조건 신중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되풀이 했다.재외국민 참정권을 실시하고 있는 세계 93개 나라 중 어느 나라도 자국 국적자(영주권자 포함)에게 참정권을 부여해서 상대국과 외교문제가 발생한 사례는 찾을 수 없다.

거주국 시민권을 지닌 재외동포의 참정권 부여는 좀 더 논의해야 할 문제다. 이는 이중국적 부여 문제와 연관돼 있다. 그러나 현재 전세계 국가의 절반 가량은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던 국가들 중에도 이제는 정책을 바꾸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의 2/3가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둘째로 교민청 설립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은 “교민부(部) 같은 장관급 부서를, 만약 안된다면 교민청이라도 신설해 줄 것”을 제안한 김기철 전 뉴욕한인회장의 발언을 무 자르듯 말했다.“부(部)는 안됩니다. 교민청도 현재로선 어렵습니다”이 대통령은 그 이유로 19개 부처를 13개로 줄이려 했을 만큼 본인은 작은 정부를 추구하고 있고, 정부 산하의 400여 위원회 중 70% 이상을 없애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렇게 정부 부처를 줄이는 중이니 현재 외교통상부 산하에 있는 ‘재외동포재단’의 역할을 증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고 해서… 교민청을 설립하지 못한다는 논리의 근거는 무엇인가? 현 외교통상부 산하의 재외동포재단은 50여명의 인원과 350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700만 해외동포 업무를 담당해 왔지만 턱없이 적은 예산에 역할 또한 한계가 있었다. 교민청은 오히려 현재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 재외동포 업무를 통합하기 때문에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그동안 도외시 된 부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꼭 필요하다면 신설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는 참정권이나 이중국적을 주지 않아도.. 교민청을 설립해 주지 않아도..고분고분 말도 잘 듣고 애국심으로 가득한 재외동포들이기에 그동안 700만 해외동포에 무관심해 온 것일까.700만 재외동포는 IMF 직후 1998년 한 해에만 52억 달러를 대한민국에 직접 송금하는 등 지난 30여년간 수백억 달러를 이런저런 명목으로 송금해 주면서 조국의 경제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럼에도 700만 해외동포들이 졸(卒)로 보이는가?

이제라도 700만 해외동포의 맏형 격인 200만 미주한인들이 리더십을 발휘,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향해 우리의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하면서 대한민국에 진정한 의미의 애국심을 발휘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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