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MD와 무한 군비경쟁

2008-04-2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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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전 언론인)

군부 강경파의 주도 아래 부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MD 계획에 대해 대부분 미주교포들은 놀랄만큼 무관심하다. 미국과 온세계 인류의 장래 운명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며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이 계획에 대해 세금을 내는 주권적 시민으로서 올바른 인식은 아주 중요하다.

MD란 Missile Defense의 약자, 미사일 방어란 뜻이다. 적이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쏘면 공중에서 격추, 박살낸다는 미국의 국방계획. 나라의 안보를 위해 적의 공격을 방어한다는 것은 주권국가의 당연한 권리로서 그 누구도 시비할 일이 아니다.그런데도 많은 미국 국민들과 러시아, 중국은 물론이고 유럽의 동맹국들까지도 이것을 반대하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충실한 동맹자 한국도 노무현정부 시절 MD계획에 참여하라는 미국의 압력을 물리치고 비켜갔다.


여기서 ‘미사일 방어’라는 글자 풀이에서 또는 MD 옹호론자들의 주장 뒤에 숨어있는 배경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MD를 위해서는 ABM(Anti Ballistic Missile) 즉, 미사일을 쏘아 떨어뜨리는 ‘미사일을 잡는 미사일’을 수없이 배치해야 되는데 지난 1972년 미국과 당시의 소련은 무한 군비경쟁을 부르는 이런 ABM을 각각 자국 영토에 몇 개씩만 제한해서 배치하자는 협정을 맺고 공포의 균형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적대해온 레이건 정부는 미사일 방어체제를 우주에까지 확대하는 이른바 ‘ Star Wars’ 계획을 수립, 추진함으로써 경제력에서 감당하지 못한 소련은 다른 제도적 모순들과 겹쳐 군비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붕괴되었다.

하지만 소련의 퇴장과 냉전의 해소가 지구촌에 평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미국에 부시정부가 등장, MD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세계는 다시 무한 군비경쟁으로 치닫고 있다.북한, 이라크, 이란, 시리아를 ‘악의 축’이라고 낙인한 부시정부는 그들이 미사일로 미국을 위협한다는 구실로 이 MD 계획을 수립하고 밀어부치고 있는데 속셈은 잠재적 경쟁자,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미국 군부는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괌 등 미군기지와 동맹국에, 그리고 대양에 떠있는 군함들에 ‘이지스’라는 이름의 첨단 전자장비들을 탑재, ABM을 쏘아 적 미사일을 떨어뜨린다는 계획 아래 몇 번의 실험을 했고 그 중 몇 차례 성공한 사례도 있었다.그러나 이것은 연습과 실험이었고 실제 전쟁상황은 다르다.

적이 그들이 발사한 미사일의 고도, 비행속도, 위치 등을 상대방에게 통보할 리 없으며 수시로 탄도를 바꿔 날아올 것인데 더우기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로 날아오는 대륙간 탄도탄은 대기권을 날으는 순항 미사일과는 달리 그 속도가 총알의 몇 배에 이른다고 한다. 이론상으로도 총알이 총알을 쏘아 맞추는 ABM은 밑빠진 독에 물 붓듯, 돈만 들일 뿐 실효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이다.이렇듯 효과는 적고 돈만 많이 드는 그리고 온세계의 비판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부시정부가 MD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에는 무기를 만들어 팔아 막대한 돈을 버는 군산복합체들의 끝없는 탐욕과 엄청난 영향력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 공화당 보수세력의 가장 큰 정치적 우군인 군수재벌의 풍부한 자금력과 막강한 로비는 국내외 평화세력을 압도하고 있다.소련의 위협을 빌미로 막대한 돈을 벌어온 미국의 전쟁 상인들은 냉전 해체후 새로운 적을 필
요로 했고 여기에 북한의 핵무장과 미사일 개발은 더없이 반가운 호재로 된 것이다.군비강화는 군수공장과 연관산업을 활성화 시키겠지만 최종 생산물인 무기는 인간 생명과 문명을 파괴한다. 우리가 내는 세금과 나라의 재원을 군비경쟁이 아닌 경제발전과 복지에 돌린다면 평화와 번영, 행복이 차려진다.

미국은 아직 세계 최강이며 미국을 위협할 나라는 이 세상에 없다.
무한 군비경쟁과 전쟁을 부르는 MD가 아니라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정치 예술이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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