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철학이 다시 부활한다

2008-04-2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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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환(뉴저지)

몇년 전 고등학교 후배를 우연히 만났다. 예일대 재학중인 그의 무남독녀 외동딸의 전공이 무
엇이냐고 무심코 물어봤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잠시 망설이다가 그의 딸이 철학을 전공해서 큰 걱정이란다.그가 아주 좋은 전공을 선택했다며 칭찬을 많이 하니까 지금까지 철학이 좋은 전공이란 사람은 오직 선배님 뿐이라며 약간 오해하는 듯한 태도였다. 철학 전공에 대한 장점을 잘 설명했지만 그의 얼굴은 끝내 밝아지지 않았다.

나는 그 예일대 철학도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 후배한테 전화를 걸어 외동딸이 어디에 취직됐냐고 물어봤다. 미국에서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 중의 하나인 McKenzie에 아주 좋은 조건으로 취직되었다고 한껏 자랑을 했다.얼마 후 그 후배가 기분좋게 저녁을 한 턱 잘 냈고 외동딸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더 많이 넓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요즘 미국 대학생들 가운데 철학 공부가 인기라고 한다. 철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물론 교양 철학 수강생들이 50%에서 100%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그것을 보면 미국 대학생들은 과연 현명하고 아울러 미국은 장래가 밝다는 생각이 든다.고전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은 탈선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철학을 공부한 청소년들은 탈선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기의 인생을 깊이 생각하며 산다고 본다. 철학은 어느 분야에 종사하든지 그가 당면하는 모든 문제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올바르게 판단하고 그것을 문장으로 옮겨 쓰는 능력을 키워준다.

요즘처럼 직장을 자주 바꿔가며 사는 세상에서 철학을 공부하여 두뇌 훈련(사색)을 많이 한 사람은 어느 분야로 직장을 옮겨 근무하든지 그 새로운 분야에 적응이 빠르고 올바른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다. 그것은 철학이 인간의 사고력을 빨리 성숙시키기 때문이다.

오늘날 TV나 인터넷 등으로 새로운 풍조에 휩싸여 다니느라 사색할 기회가 많이 박탈당한 청소년들이 철학 공부를 통해 우주와 인류 사상사 가운데 우리 인간의 올바른 위치를 파악해 보고 인생의 참된 뜻을 찾아보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본다.철학은 맹목적 유행이나 신앙을 떠나 우리 인생을 좀 더 깊이 음미하며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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