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 행보

2008-04-16 (수)
크게 작게
여주영(주필)

당선된 지 얼마 안 된 이명박 대통령이 외교의 중요성을 알고 미국 방문길에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들고 온 외교보따리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자세히는 모르나 국가와 자국민을 위한 내용인 것만은 틀림없을 것이다.

미국에 외교 차 오는 각국의 사절들을 보면, 백악관에서 맞이하는 등급은 C급이고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만나는 외교사절은 B급, 또 텍사스 부시대통령 사가 뒷마당에 앉아서 바비큐를 구우며 하는 외교회담은 A급에 속한다고 한다. 이중 C는 별로 대단하지 않은 나라 외교사절들이 대상으로 이들과의 외교는 인사차 맞이해서 몇 마디 하고 끝나는 것이어서 여기에는 양국에 아무런 실소득이 없다는 것이다. 또 B에서 진행된 외교회담은 성과가 거의 50대 50이라고 한다. 부시 대통령 사가에서 이루어지는 외교회담A는 100% 소득이 있는 회담으로 알려진다.


나라별로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방글라데쉬, 혹은 말레이시아 대통령이라든가 하는 사절들은 백악관에서 맞이하고,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남을 갖는 외교사절들은 이스라엘이라든가, 파키스탄 같은 나라 원수나 지도급 인사들이라는 것이다. 또 부시 네 집 뒤뜰에서 만나는 사절은 영국, 아니면 일본, 혹은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 정상급들이라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에 B급인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회담을 한다고 하니 그가 들고 오는 외교의 성과는 그 안에 보따리가 뭔지 모르나 성과기대는 반반이다.

원래 외교라는 것은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무기를 들지 않은 제 3의 전쟁이 바로 외교인 것이다. 그리고 자국에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 외교는 항상 실패다. 그동안 한국은 6.25전쟁을 전후로 해 미국과는 항상 동맹이다, 혈맹이다 하고 그 관계를 극진한 사이로 표현이 됐었는데 이어 박정희 대통령 집권 후 몇 차례 공화국이 바뀌면서 점점 미국에 등을 돌리는 길을 갔다. 그 사이 미국은 그걸 알고 우리가 돌린 것만큼 북한하고 더 가까이 접촉을 하였다. 그러다 보니 지금이 사실은 한미관계의 거의 위기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마침 친미정책을 부르짖고 나왔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부분이 이북으로 돌아가 어쩌면 남한보다는 북미간의 관계개선 쪽으로 더 돌아갈 뻔 하지 않았을까.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친미정책을 표방하고 나선 것은 그야말로 위기를 넘긴 지혜로운 처사다.

외교라고 하는 것은 동등한 입장에서 논했을 때 그 협상이 가능하다. 동등한 입장 하면 흔히들 국력을 얘기하는데 물론 국력도 중요하지만 대등한 외교를 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다. 예를 들면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또는 자본적으로 열세에 깔려있던 박정희 대통령 시절, 지미 카터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박 대통령은 빈손으로 카터와 맞서서 외교에 승리했다.그 방법은 “한국에서 필요한 민주주의는 한국식 민주주의다” 이 한마디 말로 박 대통령은 지미 카터 대통령을 꺾은 것이다. 그로인해 박정희 대통령은 상당한 부분에서 이익을 얻었다. 그 외교도 한국이 경제개발을 시작할 때 한 원동력 중에 한 원동력이다. 그 당시 박대통령이 외교에서 성과를 얻지 못했으면 경제개발을 해야겠다고 한 욕망은 대단했지만 미국의 간섭으로 쉽게 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박정희 대통령은 외교에서 승리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고전을 보면 이조 500년 역사에서 외교에 승리한 사람이 누구인가? 세종대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종은 막강한 중국과 외교를 하는데 머리만 숙이고 외교를 한 것이 아니라 평안도, 함경도, 중국 접경에다 4군 6진을 설치하고 중국에서 쳐들어오는 걸 무조건 막았다. 그걸 보고 중국이 겉으로는 조선을 깔보지만 속으로는 감히 얕보지를 못했다. 그렇게 되니 중국에서 “조공을 바쳐라” 요구해도 세종은 그대로 들어주질 않았다. 그 것이 바로 자국과 자국민을 보호하고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는 외교인 것이다. 외교에 나서는 사절들은 뭐든지 우선 뚝심이 없으면 안 된다. 바라건대, 이명박 새 대통령은 박대통령 보다도 더한 뚝심을 가지고 캠프 데이비드 회담에 임해주기를 바란다. 필요시에는 한국의 세계기업을 무기삼아 외교에 임하는 것도 하나의 지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외교’가 반드시 좋은 성과를 거두어 한국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