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한국어 AP 개설을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

2008-04-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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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1부 부장대우)

SAT시험과 AP시험 등을 주관하는 칼리지보드는 이달 초 AP시험 4과목의 폐지를 결정한 바 있다. 본보를 통해 이미 보도됐듯 폐지되는 AP시험은 불문학, 이탈리아어, 라틴문학 등 3개 언어분야와 컴퓨터 사이언스 AB 등이다. 응시생 부족이 칼리지보드가 제시한 폐지 이유다.

실제로 3년 전 개설된 이탈리아어는 첫해 1,597명에 이어 지난해 1,642명이 응시했다. 당초 기대치의 5분의1 수준이다. 지난해 2,068명이 응시한 불문학은 10년 전(1,523명)과 비교할 때 그간 그리 큰 증가가 없었다. 라틴문학도 지난해 3,771명이 응시해 10년 전(1,744명)보다 고작 2,000
여명 늘었을 뿐이다. 이들 언어과목들은 서반아어와 서반아문학을 모두 합쳐 지난해 총 11만6,520명이 응시한 서반아어 AP시험과는 비교하기 힘들 만큼 응시생 규모가 미미하다. 서반아어는 10년 전 5만2,100명에서 두 배 이상의 응시자 증가를 보였다.


물론 중남미 출신 배경의 미국인이 많은 탓도 있지만 한인을 비롯, 타인종의 서반아어 AP시험 응시생도 무시하지 못할 만큼 엄청나기 때문이다.
칼리지보드는 4개 AP과목 폐지를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은 다른 과목의 AP시험 폐지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과연 그럴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지난해 개설된 중국어 AP시험도 첫해 3,261명이 응시했고, 일본어 AP도 1,667명, 독일어 AP도 응시생이 5,397명에 그쳤다. 이번에 폐지되는 또 다른 AP시험인 컴퓨터 사이언스 AB가 지난해 5,064명의 응시생을 기록하고도 폐지 대상이 된 것을 미루어 볼 때 다른 언어과목 AP시험도 안전지대에 머물고 있지는 않은 셈이다. 다만 중국어 AP시험은 중국 정부의 엄청난 재정지원이 뒷받침되고 있고 중국정부의 도움으로 미국 교사들이 대규모로 중국에서 장·단기 연수를 정기적으로 받는 등 정부차원에서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어 칼리지보드가 중국어 AP시험을 쉽게 폐지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라고 보인다.

일본도 세계 강국의 하나로 꼽히는데다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아시아 문화를 대표하는 강한 이미지를 앞세우고 있고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쉽게 폐지되기는 역시 힘들어 보인다.현재 뉴욕을 주축으로 한 미주 한인사회도 한국어 AP과목 개설을 목표로 열심히 뛰어가고 있
다. 미 정규학교에 한국어를 정식 제2외국어 필수과목으로 개설하고 미 대학에 한국어 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유치하는 작업도 동시에 펼쳐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미 정규학교에서 굳이 한국어 교육까지 받아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되묻는 한인들도 많다. 이번 칼리지보드의 일부 AP 언어시험 폐지 결정은 한국어 AP과목 개설이 우리의 최종 목표가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을 다시금 일깨우게 한다. 또한 앞으로 한국어 교육에 대한 한인들의 인식 변화 필요성은 물론, 타인종 학생들에도 한국어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정답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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