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새와 뱁새

2008-04-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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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시인)

오르느니 세금이요, 뛰느니 물가요, 정신없이 나가느니 돈이다. 거기에다 길을 막고 내라는 톨비마저도 툭하면 오르고, 가르치지 않으면 미국의 미래마저도 세계의 위협에서 온전하지 못할텐데 아이들 가르치는 대학의 교육비도 천문학적 숫자로 뛰어오른다.

올라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아파트 관리비며, 쓰레기 수거인의 급료며 심지어는 길가에서 표지판을 들고 서있는 사람의 상여금도 오른다.
한 사람의 당첨자를 위한 복권 상금도 군침을 흘릴 만큼 엄청나게 올려놓고 주급 타서 그렁저렁 먹고 사는 주급 인생들을 유혹하는 등, 하구 많은 서민들의 주머니도 털어간다. 올리고 싶으면 올리는 것이 미국식이고 털어가고 싶으면 털어가는 것이 미국인가 보다.
영화에서나 본 서부활극 시대, 백인들이 오클라호마주에 정착할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인디언을 쫓아내는 일이었다.


주 정부에서는 결국 무장한 백인들을 동원하여 소유권을 주장하며 반항하던 인디언들을 성공적으로 한 곳에다 모아놓고 살게 하였다. “이곳이 앞으로 너희들이 살 곳이다. 이 땅은 너희들의 것이다” 하면서 넓은 땅을 선심 쓰듯 내어놓았다.그러나 그 땅은 황량하고 척박한 벌판에 지나지 않았다. 새로이 생활을 시작하려니 모진 고생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이들은 하는 수 없어 원망 대신 새 마음을 품고 그들의 생활을 다시 시작하였다. 당장 먹을 물을 구하기 위하여 땅을 파니 물은 아니 나오고 시커먼 물만 나왔다. 기름이었다. 인디언들은 “이것이 신의 축복이다! 우리는 부자가 되었다!” 하면서 환호성을 외쳤다.

이 소식을 들은 백인들이 쌍권총을 허리에 두르고 장총을 손에 든 채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면서 인디언 촌을 찾아왔다. “우리가 당신들에게 준 땅은 땅의 표면이지 땅 속은 아니다. 그러니 땅 속에서 나오는 것은 너희들이 먹을 물만 빼놓고는 모두 주정부의 것이다!” 백인의 머리 속을 누가 알겠는가? 유대인 동네의 한 족장은 뜨거운 땡볕에 땅이라고는 사막 뿐인 모래 위에서 사는 동네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할 것을 우려해 선심을 베풀었다. “여기 오아시스가 있으니 이곳에서 사시오! 여기에 나무가 많으니 이 나무들도 다 가지시오!” 사람들은 오아시스 나무 그늘 밑에 천
막을 치고 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후 족장이 무사 몇 명을 데리고 와서 돈을 내라고 했다.

“아니, 돈은 무슨 돈이요! 당신이 이 오아시스를 내주지 않았소!” 하면서 항의를 했다. “맞소. 내가 이 오아시스를 내주었소. 그러나 그늘은 내주지 않았으니 그늘 쓴 값을 내시오. 그리고 나무는 주었어도 열매는 주지 않았으니 따먹은 열매 값도 내시오!” 유대인들의 장사속을 누가 알겠는가? 영국의 한 작은 마을인 Bath에서는 세금을 올리는 수단으로 집의 창문 수대로 세금을 올려 매겼다. 창문이 많으면 그만큼 공간도 넓다는 이야기가 되지만 밖으로부터 빛도 많이 들어온다는 이유에서 그 댓가에 대한 세금인 것이었다. 세금 책정의 부당성을 시위하기 위한 방법으로 마을 사람들은 창문을 널빤지로 모두 막고 못질을 하여 닫아버렸다. 지금도 못질을 한 채 남아있는 집들이 북적이는 관광객을 내려다 보고 그 때의 침묵시위를 보여주고 있으면서 알뜰한 관광자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영국 정부의 세금 올리는 방법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떨어지지 않는 교묘한 술책이었지만 현재의 미국 연방정부나 주 정부, 심지어는 동네까지도 세금 올리는 구실을 찾는 데에 온 힘을 들이고 있다. 정당한 세금이 아니면 착취라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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