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주인 ‘이소연’

2008-04-1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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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교육가)

지금 막 ISS(국제우주정거장)의 기자 회견 장면을 보았다. 소유즈호 우주선과 ISS와의 도킹을 끝내고 우주복을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우주인들이 좁은 공간에 석줄로 서 있다. 맨 뒷줄에 전부터 거기서 활동하던 3명이, 가운데에 새로 참가한 2명이, 그리고 맨 앞줄에 이소연씨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우주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한국에서 첫번째로 왔으니까 임무를 잘 수행하겠다고 말하였다. 이어서 ‘장하다’는 지상의 부모를 보고 ‘엄마,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요’라고 화답하며 사랑 사인을 보냈다. 그녀가 우주에 있고, 우리는 지구에 있다는 것이 도무지 실감나지 않는다.

세상에는 개인이 소유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단체, 나아가서는 하나의 민족으로서 가지고 싶은 것들이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주과학이 뒤진 것처럼 느껴져서 다른 곳의 우주인들의 활약이 부럽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소연씨가 그 느낌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우리에게도 자랑스러운 우주인이 있고, 우리도 이런 일을 훌륭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귀중한 사건이다.이소연 프로젝트가 260억의 경비가 든다니까 한 마디로 엄청난 금액이다. 그러나 경제 효과는 5,000억으로 예측된다니 후속 사업을 활성화하면 될 것으로 안다. 이런 물질적인 것을 떠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자긍심을 가지는 일이라고 본다. 또 우리의 생활권이 우주로 확대됨에 따라 우리의 생각도 광대한 우주로 퍼져 나가게 될 것을 상상하면 즐겁다.


이소연씨는 우주 관광객이 아니다. 우주실험 전문가로 참가하며 ISS에서 18가지의 실험을 하게 되어 더욱 자랑스럽다. 그녀는 과학도이며 박사학위 소유자로 안다. 그녀가 많은 신청자 중에서 최종 후보자가 될 때까지의 기사 대부분을 읽으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게 되었다.
특별히 그녀의 얼굴 표정이 마음에 끌렸다. 언제 보아도 여유가 있고 편안해서 좋았다. 그런 중에 새로움에 도전하려는 꿈과 의욕이 있고, 불타는 연구심이 있어 꾸준히 노력하는 성품이니까 여러 차례의 어려운 관문을 통과했을 것이다. 몸에 부착된 긴장측정기는 그녀가 좀 긴장했다지만 그 순간에도 여전히 편안한 표정에는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여유로움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표정이 언제나 밝다. 우주선에 오를 때, ISS에서 기자 회견할때의 밝은 표정이 인상적이다. 고의로 밝게 보이려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밝음이 그녀를 믿게 한다. 사람의 표정은 마음의 거울이 아닌가.언젠가 미국인 교사가 우주인이 되려는 이유로, 어린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함이라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그는 드디어 우주선 안에 있는 자기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이며 강의를 하겠다던 오랜 소원을 풀었다. 이소연씨의 모교인 광주 송원초등학교와 광주과학고등학교 학생들은 ‘선배가 자랑스러워요’ ‘가슴이 벅차요’라고 말하며 그녀의 무사 귀환을 조용히 염원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이런 선물을 한 이소연씨는 선배답다.

역사는 이렇게 하루 하루 쌓인다. 유리 가가린, 잔 글렌, 닐 암스트롱, 발렌티나 테레슈코바, 양리웨이 등은 우주 개발에 큰 발자국을 남겼다. 이들의 업적 위에 지금까지 35개국에서 474명의 우주인이 탄생했다고 한다. 이소연씨는 49번째 여성, 최연소 우주인으로 또 하나의 발자국을 보태게 되었다. 우리도 우주인을 배출한 나라가 되어 우주 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이 빅 뉴스는 동포사회 2세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요즈음의 경향을 보면 그들은 한국내보다 더 큰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보일 때가 종종 있다. 88올림픽 개최 때부터 한류로 이어지더니, 2세들의 미국사회 활약상이 뚜렷하게 나타남에 따라 관심의 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경향은 그들의 정체성 확립에 크게 공헌한다. 그들의 마음에 용기, 자신, 긍지 등 삶의 바탕이 마련되는 것이다. 귀중한 깨달음이다.
‘우주인 이소연씨, 장해요. 고마워요. 우리 모두에게 밝은 미래를 열어 주었어요. 부디 맡은 임무를 잘 끝내고 푸른 지구로 돌아오세요. 무사 귀환을 기원하면서 기다리고 있겠어요. 우리 지구에서 다시 만나요. 그 날까지 안녕히-’ 작은 메시지를 우주에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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