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과연 여기가 미국 맞나?’

2008-04-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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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부장)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서브프라임’이라는 단어를 요즘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쉽게 얘기하자면 약 3~5년 전 주택 부동산 시장이 절정에 달했을 당시 모기지 페이먼트를 감당할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높은 금리의 융자를 내준 것이 결국 오늘의 서브프라임 사태를 유발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로 생긴 전체 금융시장의 잠재적 손실 총계가 무려 9,450억 달러라고 한다. 9,450억 달러는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에 해당되는 액수다. 서브프라임에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그러나 일반적인 차원에서 볼
때 서브프라임 사태는 적어도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미국은 신용의 사회다’라는 말은 비단 기자뿐만 아니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대부분이 최소한 한번은 들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 살기 위해서는 철저한 신용관리가 필수적이고 경제적으로 자신의 분수에 넘는 구매는 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그러한 미국에서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 높은 금리를 담보로 주택 모기지 융자를 해준다는
논리는 이론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도저히 받아 들일수가 없다.벌어들이는 소득이 도저히 빚을 갚아나갈 수준이 되지 않는데 돈을 빌려준다는 것이 어떻게 논리적이라 할 수 있겠는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조지 부시 행정부는 서브프라임으로 인해 주택이 차압당할 위기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구제하겠다고 한다. 예측 못할 상황으로 주택을 차압당할 위기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러나....
애당초 빌린 돈을 갚을 능력도 안 되면서 집을 산 사람들이나 그 사실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며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줄 마음은 없다. 그런 사람들을 구제해주겠다는 부시 행정부 역시 임기 마지막까지 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직장이 없는 실업자에게 신용카드를 그냥 발급해주던 대한민국이 결국 IMF 사태를 겪었듯이 미국도 이제 정신을 차려야 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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