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의 비보이, 뉴욕을 흔들다

2008-04-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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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미(무용가)

춤이란 우리가 살아있음을 표현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우리가 숨을 쉰다는 것은 규칙적인 떨림이며 우리 몸 속에 잠재된 아주 자연스러운 리듬이다.

춤판에서는 춤을 가장 잘 추는 사람이 ‘짱’이다. 그 짱들이 뉴욕에 나타났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비보이들이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것이다.한국의 힙합댄스 팀 ‘고릴라크루의 공연’ 비얼라이브(B-Alive)가 지난 3일~6일까지 이스트빌리지의 라마마 극장에서 열렸다.


비보이(B-boy)란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댄서를 일컫는 말로 이번 작품(작품명 ‘비보이와 발레리나)은 순수한 발레리나 소녀가 거리의 힙합 댄서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으로 비보이들간의 ‘댄스 배틀’이 클라이맥스를 이룬다.단순한 줄거리를 가지고 발레와 힙합을 접목시켜 체조적이고 아크로바틱한 동작들과 함께 재미있고 예술적으로 공연 형식으로 끌어냈다는 것에 많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발레 특유의 아름다운 동작과 강한 비트의 브레이크 댄스와의 대조적인 어우러짐이 극적인 효과를 가져왔다.이번 비보이 공연에서 하일라이트는 신참 그룹과 고참 그룹의 댄스 배틀이었다.신참 그룹은 기교적이고 역동적인 에너지가 느껴졌고 노련함과 드라마틱한 카리스마가 압권을 이루는 고참 그룹의 댄스 배틀, 그리고 발레리나와 주인공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가치가 있는 공연이었다.

미국인들이 시도해 보지 않은 브레이크 댄스를 가지고 극화시켜 공연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의 가무를 즐기는 민족의 피를 이어받은 데서 비롯됐다는 생각이 든다.앞으로 떠오르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그 예술적인 끼를 더욱 발휘해 안무나 구성, 연출 면에 있
어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기량을 갈고 닦는다면 큰 작품성을 기대할만 하겠다.

90분간 이어가는 공연 내내 미국인들과 현지 동포들은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역동적인 에너지 바디랭귀지(Body Language)의 의미를 뿌듯하게 느꼈으리라.브라보! B-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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